'어차피 실패했을 거래'면 손해 미발생… 배상 의무 없어
  • ▲ ⓒ www.pixabay.com 제공
    ▲ ⓒ www.pixabay.com 제공

    [주식투자자 A] HTS(Home Trading System : 컴퓨터를 이용해 집에서도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는 투자자입니다.

    평소처럼 주식거래를 하기 위해 HTS에 접속했으나, ‘착오주문 확인’이라는 오류 메시지가 뜰 뿐, 정상적인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증권사에 문의했더니 제 컴퓨터의 문제로 오류가 생기는 것 같다며 ‘자바 스크립트’를 새로 설치하라고 하므로, 그렇게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주문 건에서 처리지연이 발생해 주문이 입력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반복되는 오류 탓에 저는 매도시기를 놓쳤고, 금전적인 손해를 입게 됐습니다. 증권사의 전산장애로 손해가 발생했으므로, B증권사는 이를 배상해야 합니다.


    [B증권사] A씨의 컴퓨터에서 오류 메시지가 반복해서 뜨는 것을 저희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 회사 전산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A씨의 컴퓨터에서 발생한 오류입니다. 그리고 A씨가 저희 회사에 오류 발생 사실을 알려왔기에, 저희 담당 직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줬습니다.

    일부 주문 건에서 처리지연이 발생한 탓에 매도시기를 놓쳐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애초에 A씨가 주문한 매도가격은 체결불가능한 가격이었습니다. 실제 체결가격은 A씨가 제시한 가격보다 5원 이상 낮았기 때문입니다.

    A씨의 손해배상 요구는 부당합니다.


    [해설] 이번 사안의 쟁점은 HTS의 오류로 인해 신청인에게 손해가 발생했는지의 여부가 되겠습니다.

    매매거래를 위탁받은 증권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타인의 재산을 관리할 때에는 본인의 재산보다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민법상의 원칙)로 고객의 매매업무를 처리해야 하며, 이를 위반해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고객에게 이를 배상해야 합니다.

    반복되는 오류 메시지로 손해를 입었다면, 그 오류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해당 사안에서는 오류 메시지의 원인이 증권사 전산망이 아니라 고객 컴퓨터의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렇다면 증권사에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손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도 따져봅시다. A씨는 매도시기를 놓쳐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데, 만약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면 매도가 가능했을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해당 사안은 어차피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도주문을 한 바, 어차피 매도주문은 체결가능성이 없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유사한 사례(2008. 2. 12, 조정번호 제2008-6호)에서 이 같은 이유로 증권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