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예약 취소 확인으로 현장 판매 쉬워져…운송약관 관리하는 국토교통부는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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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터미널.ⓒ연합뉴스


    다음 달 2일부터 스마트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좌석을 예매하고 추가 발권 없이 바로 탑승하는 고속버스 다기능 교통카드 통합단말기(E-패스) 시스템이 본격 운영된다. 하지만 환급 수수료율은 기존 종이 승차권 시스템과 같게 책정돼 논란이 예상된다.


    실시간으로 예매·취소 상황을 알 수 있어 현장에서 승차권 대체 판매가 가능해지는 등 수수료 인하 요인이 생겼음에도 고속버스 운송사업조합과 터미널 협회가 수입 감소를 이유로 수수료율 인하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이를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는 운송약관을 손질하는 과정에서 운송사업조합 측에 몇 가지 보완을 요청했지만, 수수료율 인하와 관련해선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속버스 '모바일 티켓'만으로 발권 없이 승차…도착·지연 정보 실시간 확인 가능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시범운영을 거친 E-패스 시스템이 다음 달 2일부터 전국 고속버스 153개 전 노선에 걸쳐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고속버스를 이용할 때 스마트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예매할 수 있고 따로 매표소에 들러 추가로 발권하지 않아도 바로 탈 수 있다.


    E-패스가 본격화되면 승객은 인터넷으로 승차권을 예매하고 출력한 '홈티켓'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예매한 '모바일 티켓'만 있으면 별도의 발권 절차 없이 바로 고속버스에 탑승할 수 있다.


    현재는 일부 고속버스 노선에 '홈티켓' 시스템이 도입됐지만, 실시간 예매가 안 되는 등 이용에 불편이 따른다. 늦어도 출발 1시간 전에 인터넷 등으로 좌석을 예약해야 하고 터미널에서는 따로 매표소를 방문해 결제한 후 종이 승차권을 받아야 탑승할 수 있다.


    고속버스 예매 시스템 운용 주체가 고속버스 조합과 터미널 협회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이다. 터미널에 늦게 도착하면 예약을 하고도 발권하느라 시간이 걸려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는 사례도 간혹 발생했다.


    E-패스는 교통카드나 교통카드 기능이 담긴 신용카드를 버스에 설치된 단말기에 대기만 하면 예약한 대로 결제가 이뤄져 매표소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좌석이 남았다면 미리 인터넷 예매를 하지 않았어도 즉석에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E-패스는 고속버스 운행정보도 제공한다. 승객과 터미널 대기 승객은 버스나 터미널에 설치된 모니터,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버스 이동 경로와 도착·지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고속버스조합과 터미널협회가 따로 구축해 노선에 따라 다른 스마트폰 앱을 하나의 고속버스 모바일 앱으로 통합해 이용을 편리하게 할 예정"이라며 "일반 시외버스 등으로 E-패스 시스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장 대체 판매 등 환급 수수료 인하 요인에도 버스업체 등 모르쇠…국토부는 뒷짐


    본격적인 E-패스 도입과 관련해 인하가 예상됐던 환급 수수료율은 현재 종이 승차권과 같게 매겨졌다.
    지금은 버스 출발 이틀 전까지는 수수료가 없지만, 전날과 당일은 10%, 출발 이후에는 이틀 후까지 20%를 수수료로 제하고 환급해준다. 사흘째부터는 환급해주지 않는다.


    E-패스는 버스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예매·취소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착석, 예매 후 미탑승, 빈자리 등 좌석 상태를 색깔별로 구분해 탑승 여부 등을 쉽게 알 수 있다. 승객이 스마트폰으로 예매를 취소하면 예매 후 미탑승을 나타내는 하늘색 좌석이 빈자리를 의미하는 흰색으로 바뀌는 식이다. 버스업체로선 실시간으로 예매 취소 여부를 확인해 현장 대기 승객에게 대체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고속버스 좌석제를 도입하면서 예약 취소로 말미암은 좌석 손실을 막기 위해 환급 수수료를 운영한다는 점과 E-패스 시행으로 현장 대체 판매가 쉬워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급 수수료 인하 요인이 발생한 셈이다.


    버스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일정 비율 환급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 터미널 측도 종이 승차권을 따로 발권하기 위해 인력을 배치하지 않아도 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고속버스 운송사업조합은 E-패스 전면 시행에 맞춰 운송약관을 손질하면서 환급 수수료에 대해선 현행 종이 승차권 수수료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고속버스 운송업체나 터미널 측이 수입 감소를 이유로 환급 수수료율 인하를 꺼린다고 지적한다.


    고속버스 터미널 한 관계자는 "(자가용 이용자가 점점 늘면서) 버스 승객이 점점 줄고 있는 상황으로 인건비를 아끼려고 매표소 직원을 줄이고 무인발급기를 늘리는 실정"이라며 "(운송업체나 터미널 측에서) 자발적으로 수수료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속버스 환급 수수료 총액은 4억4307만원쯤이다. 버스업체는 예매 취소에 따른 좌석 손실을 주장하지만, 평일에 모든 노선의 고속버스 좌석이 가득 차지 않는다는 점을 참작하면 환급 수수료는 일정 부분 가욋돈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고속버스업체 한 관계자는 "종이 승차권인 경우 서울 승객이 부산에서 돌아올 때 사정이 생겨 다른 교통편을 이용했다면 환급을 받기 위해 다시 부산까지 가야 했기에 아예 환급을 포기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해 전국 어디에서든 취소할 수 있어 업체로선 환급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다만 얼마라도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운송약관 개정을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는 환급 수수료율 인하와 관련해 수수방관하는 태도다.


    환급 수수료율을 비롯해 고속버스 운송약관 수정은 운송사업조합이 신고하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승인해주게 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E-패스 확대 시행에 맞춰 고속버스 운송사업조합이 신고한 운송약관 수정안을 처리하면서 몇 가지 보완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환급 수수료율에 대해선 보완을 요구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지난 10일 설 연휴 특별교통대책의 하나로 일부 노선에 대한 E-패스 조기 시행을 발표하며 "E-패스를 전 노선으로 확대하는 다음 달 2일까지 환급 수수료 규정을 마련할 계획으로 현재 수수료율보다는 낮게 책정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었다.


    대중교통과 다른 관계자는 "환급 수수료 등 운송약관은 신고사항으로 엄밀히 말하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승인하지만, 따로 심사하지는 않고 버스운송조합이 신고한 대로 처리해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