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이슈 만들기로 경영정상화 분위기 '찬물'이란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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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DB
최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에 대한 이 회사 노조의 각종 형사고발이 잇따르며, 현대중공업의 경영정상화 작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비정규직 노조)와 울산 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지난 24일 권오갑 사장과 조선사업부 대표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울산지검에 고발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는 지난해 총 9명의 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와 관련해 사업주가 산업재해 발생기록 및 보고의무, 작업 중지, 안전·보고조치 등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앞서 정규직 노조도 지난 16일 최근 회사가 실시한 여사원 희망퇴직과 관련해 권 사장 등 경영진 4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따른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노조는 사측이 여사원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고, 노조와 협의 없이 진행하는 등 단체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15년 이상 장기근속 서무직 여사원 6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은 바 있다. 회사는 "희망퇴직을 원하는 일부 여사원들의 문의가 있어 본인 의사를 존중하는 선에서 희망자에 한해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희망퇴직자에게는 최대 40개월 치의 급여와 함께 자기계발비 3000만원이 일시금으로 지급된다. 노조 측은 최종적으로 약 170여명의 여사원이 희망퇴직 신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노조는 도장5부 직원 50여명을 선행도장부로 전환배치하며 직원 본인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노조와도 협의하지 않았다며 같은 혐의로 권 사장 등을 울산지검에 추가 고발했다.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에 지난해 3조2000억여 원의 창사 이래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의 경영정상화 작업에도 경고등이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수년간 불황을 겪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경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영환경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며 "노조의 주장이 100% 사실관계에 들어맞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속적 노사 대화를 통해 해결해갈 문제를 '사장 고발'이라는 이슈로 확대해 위기를 벗어나려는 회사 전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선박 발주 환경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2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은 1197만8749CGT(수정환산톤수에 달했으나, 올 같은 기간 그 숫자는 368만4238CGT에 그쳤다. 1년 새 70%가까이 발주가 급감한 것이다.
그만큼 조선사들의 수주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데, 외신을 통해 현대중공업 노조의 '사장 고발' 소식을 접한 선사들은 자연스레 현대중공업에 선박 건조를 맡기기 꺼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사들은 발주계약에 있어 조선사와의 신뢰를 최우선시 한다"며 "제 때 선박을 인도받을 수 있을지, 제대로 된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도 없는데 어떤 선사가 노사관계가 불안정한 회사에 발주를 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월 권오갑 사장 취임 후 임원의 약 30%를 감축하고, 과장급 이상 직원 1500여명에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