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110억원 비자금 조성 혐의…일부 도박자금으로 사용
회사는 영업적자에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상태
  • 기업들을 향한 검찰의 사정칼날이 동국제강으로 향한 가운데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사진)에 대한 비난여론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204억여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동국제강은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는 등 경영환경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는 경영정상화에 총력 중인데, 정작 그룹 회장은 비자금을 조성해 해외에서 원정도박을 일삼았다는 혐의가 검찰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3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지난 28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 및 장 회장의 서울 종로구 자택 등을 전방위 압수수색했다. 동국제강이 미국 등 해외법인을 통해 중간재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납품대금을 부풀려 대금을 돌려받는 등 대규모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에서다. 또 이같이 만들어진 비자금 일부를 장 회장이 해외도박에 사용했다는 혐의도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한 회계장부, 국내외 대금거래자료 등을 분석 중인데 이미 미국 수사당국으로부터 동국제강 현지법인의 자금흐름과 장 회장의 해외 도박 혐의에 대한 상당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같은 자료를 토대로 장 회장이 총 110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 일부를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도박자금으로 사용해 약 50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장 회장의 횡령 및 해외재산도피, 원정도박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은 크게 확산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 27일 열린 주총에서 남윤영 사장이 "수요산업 불황과 국내외 철강산업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는데 올해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집중하고,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를 구현할 것"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경영환경이 좋지 않다.

    지난 2011년 8조6667억원에 달하던 매출액은 지난해 6조685억원까지 줄어들었다. 같은기간 2830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선 상황이다. 2010년 현대제철의 용광로가 들어선 후 후판부문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데다, 봉형강 등도 값싼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잠식 중인 중국업체들에게 위협 받고있다.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며 지난해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까지 체결한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든 간에 일단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이 포착되면 민형사 법망을 피해갈 수 없지만, 용처를 회사 사업으로 사용했을 때가 개인 용도로 썼을 때 보다는 비난정도가 작을 것"이라며 "장 회장의 경우 해외도박에 비자금을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사실로 들어날 경우 경영정상화에 힘쓰고 있는 회사 임직원들로부터도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주부터 동국제강의 구매·계약 실무자, 재무·회계 담당자 등을 차례로 불러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임직원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장 회장을 소환해 횡령, 국외재산도피, 외화밀반출, 역외 탈세 등 장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확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