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치매 판별 위험 제거한 '경증치매 신탁'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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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움직이기 힘들고 간단한 의사소통만 가능한 중증 치매환자는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일정 수준의 생활이 가능한 경증 환자는 일부 해당되는 보험상품을 제외하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보건복지부 치매유형률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치매 인구 54만1000명 중 58.8%가 경증 환자인데도 이러한 맹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이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경증 치매 판별 위험 때문에 상품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증 치매에 비해 경증 치매는 치매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 리스크를 안고 상품을 기획해 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노환인지 경증 치매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보험사 입장에서 이것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보험연구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 '경증 치매자 보호를 위한 보험사의 치매신탁 도입방안'을 발간해 경증 치매를 보장하기 위한 방책을 제시했다.
치매신탁은 경증치매기를 3년으로 잡고 있으며 추산된 소요비용은 4763만~5158만원이다. 아직 치매상태가 아닌 일반인이 스스로 판단해 가입한다.
신탁의 구조는 고객이 치매 소요비용을 치매신탁에 위탁해 두면 치매 발병 후 신탁에서 매달 교부금을 받아 사용하게끔 만들어졌다. 신탁 기간은 유병기간을 고려해 4년에서 9년으로 정했다.
고객이 치매에 걸린 후 혜택을 받으므로 고객 보호를 위해 임의후견인 활용을 의무화해 교부금과 관련된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중도해약은 임의후견인의 허락 하에 이뤄지도록 했다.
치매신탁 보고서를 담당한 정봉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상품은 발병률을 계산해 산출한 위험률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경증 치매의 경우 도덕적 해이 문제 때문에 어렵다"면서 "그래서 위험률을 생각할 필요가 없는 신탁을 대안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이 신탁은 기본적으로 금전을 맡기고 교부금을 받는 금전신탁이다"라며 "신탁 업무가 가능한 보험사들이 이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탁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보험사 관계자는 "경증 치매환자를 보장하는 치매상품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신탁으로 경증 치매환자를 보장하는 문제는 당장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