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해진 레이싱걸…새로운 모터쇼 문화 자리매김새로운 전시문화, 미래지향적 주제 등 긍정적 평가
새로운 차 부족 등 콘텐츠는 "여전히 부실"
  •  

    지난 3일 화려하게 막을 올린 제10회 서울모터쇼가 숨 가쁘게 진행된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 짓고 1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폐막일까지 총 61만5000명의 누적 입장객수를 기록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이번 서울모터쇼는 전시규모 9만1141m², 완성차 32개 브랜드, 부품 및 용품 131개사, 튜닝 18개사, 이륜차 4개사 등 총 190여개사가 참가해 역대 최대규모로 개최됐다.

    이번에 공개된 신차는 57종에 달했다. 현대차의 콘셉트카 '엔듀로', 쌍용차 'XAV', 기아차 '신형 K5', 한국지엠 '신형 스파크' 등 7종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에는 예년보다 더 풍성하고 다양한 이벤트가 쉴 새 없이 펼쳐지며 방문객들을 사로잡았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 역대 행사와는 차원이 다른 감동과 전율로 관람객들을 물들였던 '2015 서울모터쇼'가 열흘간의 대장정을 통해 남긴 것들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  

    ◇ 벤츠녀의 탄생…레이싱걸보다 더 주목받은 일반인

    이번 행사에선 이례적으로 민간인 스타를 배출해냈다. 차와 레이싱걸보다 더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벤츠 안내데스크 직원 안유정씨다.

    안씨는 단아하고 청순한 외모에 수수한 유니폼 차림으로 쇼장을 찾은 자동차 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실제로 그는 이미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에서 얼짱스타 대우를 받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해도 8000명에 육박한다.

    '벤츠녀' 안유정 씨가 관심을 끌면서 벤츠 부스는 안씨를 보려는 관람객들로 연일 북적거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폭발적인 관심에 부담을 느꼈던지 안 씨는 행사 중간에 VIP룸으로 보직을 변경, 벤츠 안내데스크에서 자리를 이동하기도 했다. 

    이번 '2015 서울모터쇼'에 참가한 한 레이싱모델은 "일반적으로 모터쇼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신차나 레이싱모델인데 일반인인 '벤츠녀'가 화제가 되면서 약간 질투도 난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  

    ◇ 차분해진 레이싱걸…새로운 모터쇼 문화 자리매김

    이번 서울모터쇼는 지난 행사마다 '여성 모델쇼'라고 비판 받던 부정적 요소를 대폭 개선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레이싱걸을 앞세운 화려하고 선정적인 쇼를 줄인 탓이다. 모델의 의상도 과한 노출 대신 정장한 의상이 주를 이뤘다.

    여성 레이싱 모델 대신 남성 모델과 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설명하는 큐레이터를 배치한 업체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지식을 갖춘 설명 요원들이 차를 더 깊이있게 즐길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이번 모터쇼와 잘 어울렸다는 평이다.

    서울모터쇼에 참가한 한 업체 관계자는 "모터쇼에 참여하는 모델 수가 확실히 줄었다" 며 "모델이 주가 아니라 자동차가 주인공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는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의 권고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막전 조직위는 각 참가업체에 레이싱 모델 배치 시 선정적인 의상 착용을 지양해달라고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에 서울모터쇼조직위는 '2015 서울모터쇼'를 기점으로 차분한 모터쇼가 정착될 것이라 전망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건전하고 본질적인 모터쇼 전시문화의 가능성을 봤다"라며 "이를 계기로 차가 전시의 중심이 되는 모터쇼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새로운 시도…"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극찬

    기술과 디자인을 결합한 이번 모터쇼의 주제도 고무적인 대목이다.

    이번 서울모터쇼는 자동차의 기술과 예술미를 함께 보여주기 위해 'Car is Art 국제 컨퍼런스', '자동차, 정보기술(IT)을 만나다'란 주제의 기술 세미나, 자동차패션융합존 전시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대거 도입했다.

    자동차와의 깊은 추억을 예술적으로 작품화한 '브릴리언트 메모리전'을 운영하는 등 새로운 시도와 노력도 있었다.

    지난 8일 진행된 'Car is Art 국제 컨퍼런스'에서 강연을 맡은 유명 디자이너 카를로 팔라지니는 "모터쇼 역사상 '기술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주제는 처음 본다"라며 "자동차를 기술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예술과 함께 결합한 이번 모터쇼의 주제는 미래 자동차 산업 동향을 함축했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용근 서울모터쇼 조직위원장 또한  "업계의 동향을 미래지향적으로 해석한 주제였다"며 "자동차에 접목된 첨단 기술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감성, 장인정신, 그리고 철학 등 예술적 가치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  



    ◇ 2015 서울모터쇼가 남긴 과제

    반면 이번에도 '반쪽 모터쇼'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는다.

    전시장을 최대 규모로 키우고 참가 업체도 늘렸지만, 정작 베일을 벗겨보니 덩치만 커졌을 뿐 내실은 없었다는 평가다.

    서울모터쇼가 매번 반쪽짜리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신차의 부족 때문이다. 

    올해도 '모터쇼의 꽃'이라 불리는 월드 프리미어는 단 7종에 그쳤다. 2015 서울모터쇼 출품 모델 중 '월드 프리미어' 모델은 쌍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AV와 현대자동차 엔듀로 콘셉트카 등이다. 그나마 7대도 모두 국산차로 이뤄졌다. '속 빈 강정 전시'라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참가업체 규모도 역대 최대라고 하지만, 이번 모터쇼에는 해외 자동차 유명 브랜드 람보르기니와 볼보 등은 물론이고 국내외 타이어업계도 불참했다.

    이렇다보니 서울모터쇼는 제네바ㆍ파리ㆍ디트로이트ㆍ푸랑크푸르트 등 메이저 모터쇼는 물론 규모면에서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의 공인을 받지 않은 상하이모터쇼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김용근 서울모터쇼 조직위원장은 "서울모터쇼는 구조적으로 세계 주요 모터쇼와 견주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앞으로도 서울모터쇼만의 차별화 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