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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풍납토성이 과연 찬란하고 웅장했을 한성 백제 시대의 왕성이었을까. 여전히 논란이 많지만 '풍납동사적지 및 환경대책위원회'가 주최한 '백제 왕궁터의 진위여부 주민설명회'에선 "아니다"라는 게 중론이었다. 대신 경기도 하남시 춘궁동·초일동·광암동 등에 걸쳐 있는 이성산성이 한성백제의 왕성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이스턴베니비스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한국역사문화연구원 이희진 교수와 백제문화연구회 한종섭 회장은 "풍납토성은 백제 왕성이 아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풍납토성은 과연 왕궁터 인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희진 교수는 "풍납토성이 왕성이라면 왕궁의 흔적이 나와야 하는 데 20여년간 발굴했지만 한귀퉁이도 나오지 않았다"며 "고고학계의 욕심때문에 왕성이 아닌 곳을 왕성으로 몰아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풍납토성을 왕성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한성 백제를 우습게 알고 있다"며 "적어도 당시 고구려의 라이벌이었다면 고구려 왕성 정도는 돼야 하는 데 풍납토성은 여기에 턱없이 못미친다. 풍납토성에서 발굴된 유물도 왕성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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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풍납토성을 백제 왕성이라고 주장하는 데에는) 고고학계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고고학은 업적을 내기 위해선 발굴을 해야 하는 데 발굴에는 수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자금이 들어간다. 변두리라고 하면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니 왕성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풍납토성은)왕궁터가 아니라 움집터였다"며 풍납토성에 나온 23cm의 기둥과 주춧돌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23cm의 기둥은 왕궁급 지붕이 견디지 못한다. 왕궁이라면 지붕이 다른 집들보다 큰데 이정도의 기둥으론 견디지 못한다"며 "또 기둥을 받칠 왕궁급 주춧돌이 남아있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비가 아니면 옮길 수도 없는 엄청나게 무거운 그 주춧돌을 누가 가져갔겠느냐"며 "주류 고고학자들이 (풍납토성을)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왕성으로 밀고 나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백제문화연구회 한종섭 회장도 풍납토성이 '한성 백제의 왕성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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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납토성 문화재가치의 적법성'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한종섭 회장은 "풍납토성은 백제 왕성이 될 수 없는 요건을 여러가지 가지고 있다"며 그 첫번째로 풍납토성이 평지라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한 회장은 "고대 왕조들은 평지에 왕도를 지은 적이 없다"며 "평지에 왕궁을 지으면 도망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백제는 불교국가로 왕성 옆에는 반드시 절이 있었다"며 "하지만 풍납토성 주변에선 절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풍납토성에서 유물이 많이 나왔는 데 이 또한 왕궁이 아니었다는 증거"라며 "유물이 많이 나오면 왕도가 아니라 침수 지역이다. 유물이 침수되면서 매립돼 유물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왕이 살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풍납토성을 백제 왕성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일제 시대 학자들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임라일본부설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백제가 크면 안됐다. 작아야 했다. 그래서 작은 풍납토성을 백제 왕성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짜 백제 왕성은 경기 하남시에 있는 이성산성"이라며 "문화재청장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그는 △계단식 왕릉 △100m 이상으로 추정되는 거대 목탑 등 토목공사 흔적 등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주민설명회에선 법무법인 강산 임승택 변호사가 풍납토성 손실 보상 건과 관련해 △문화재보호법상 사적지정과 손실보상 규정 △사적지정취소(변경)의 문제 △수용시 손실 보상 문제 등을 풍납토성 주민들에게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