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으로 뭉쳐 재산권 되찾자"... 주민들 "복지부동 문화재청, 이젠 믿을순 없다" "20년 이상 정신·물질적으로 피해…인간의 존엄성까지 훼손"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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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여년 묵은 감정이 마침내 폭발했다. 그동안 주무 행정처인 문화재청을 믿고 재산권 행사를 포기해왔던 서울 송파구 풍납동 풍납토성 주민들이 소송 준비에 들어간 것.

     

    풍납토성 주민들은 22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이스턴베니비스에서 열린 '풍납동사적지 및 환경대책위원회' 주최 '백제 왕궁터의 진위여부 주민설명회'에서 주민 서명을 받았다. '사적지 지정 취소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한성 백제 왕성인지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해서다.   

     

    이날 주민설명회에는 600여명의 풍납토성 주민들이 참석,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현재 보상을 신청한 풍납토성 주민이 750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1세대당 1명은 참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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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진 '풍납동사적지 및 환경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설명회 자리에서 "문화재청과 몇몇 고고학자의 계획된 시나리오로 인해 (풍납토성 주민들은) 20년 이상 정신적·물질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인간의 존엄성까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풍납토성이 백제 왕성'이란 주장의 허구성을 파헤치려고 한다. 법적인 소송을 통해 확실히 밝히고자 한다"며 "원활한 시기에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환경개선에도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우리 모두 풍납동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나가자. 한마음으로 뭉쳐 재산권을 되찾자"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의 연설이 끝나자 마자 청중석에서는 "옳습니다"며 큰 박수가 쏟아졌다. 그동안 억눌린 풍납토성 주민들의 감정이 터져나온 것이다.

     

    풍납토성은 1997년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토기 조각 등 백제 유물과 유구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한성 백제의 왕성'이란 추정 아래 사적 지정이 추진됐다. 하지만 20여년 동안 진행된 발굴에도 현재까지 백제 왕성이라는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고고학계에서도 '왕성이냐 아니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문제는 이 기간동안 풍납토성 주민들이 받았을 고통이다. 풍납토성 주민들은 20여년이란 세월동안 자신들의 재산권을 마음대로 영위하지 못한 채 불편과 금전적 손실을 입어야 했다. 게다가 앞으로 얼마동안 더 인내하며 기다려야 하는 지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고 있어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다.

     

  • ▲ 풍납토성 주민들이 '사적지 지정 취소 소송'을 위한 서명을 하고 있다.
    ▲ 풍납토성 주민들이 '사적지 지정 취소 소송'을 위한 서명을 하고 있다.

     

     

    풍납토성 한 주민은 "풍납토성이 왕궁이 확실하다면 30년 넘게 살아온 터전을 옮길 각오가 돼 있다. 하지만 아무런 근거가 없지 않느냐.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소송을 통해서로도 하루빨리 결론을 지어 두다리 뻗고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현재의 심경을 전했다.

     

    여기에 보상액 산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도 소송을 부추기고 있다. 보상액은 최근 거래 자료를 근거로 산정되는 데 거래가 거의 없는데다 2003년 사적 지정 이후 시세가 주위 지역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강산 임승택 변호사는 "의외로 대처가 늦었다. 사적 지정 이후 지난 12년 동안 지가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임차인들도 들어오지 않고 들어오더라도 돈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평가사도 가격을 올려주고 싶어도 거래 자료가 없어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 중에서 제일 괜찮은 가격을 뽑아도 만족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의 시책을 성원은 해야 겠지만 무조건 따를 수만은 없다. 지금부터는 '내 재산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잘 뭉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