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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13일 "일본이 참여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한국도 이미 충분한 관심을 표명했으므로 한국이 가입을 요청할 때 일본이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한·일 공동 번영과 새로운 50주년을 향한 경제계의 협력'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김인호 무협회장은 "FTA(자유무역협정) 이외에 TPP,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 메가 FTA와 G20, APEC, ASEAN+3 등 글로벌 거버넌스 형성에도 한일 경제계는 정부와 더불어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년'이라는 매우 의미있는 해"라며 "1965년 이후 양국 관계는 주로 경제분야의 협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정치나 외교보다는 민간의 협력이 양국 관계를 이끌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가지 사정으로 양국 관계가 부침(浮沈)을 겪으면서 최근에는 다소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점은 무엇보다 가장 먼저 체결됐어야 할 양국간 FTA에 진전이 없다는 점이며, TPP와 같은 메가FTA 진행과정에서도 양국의 공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국 경제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협력의 방향은 사람, 물건, 돈, 문화 등 모든 것들의 자유로운 교류, 상호 협력을 통한 가치창출의 극대화, 그리고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라며 "먼저, 글로벌 무역환경에 따른 산업의 변화와 수평화 분업구조를 인지하고 새로운 가치사슬의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또 "최근의 한일간 교역량 감소추세나 한중, 일중간 교역량의 변화 등을 볼 때 한중일 간에는 구조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중간재와 자본재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동북아지역의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재편되고 있고, 생산공장의 동남아 이전 등으로 동아시아 전체의 판세가 바뀌고 있으므로 복합적이면서 유연한 공조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2004년 11월 이후 중단된 한-일 FTA에 관한 논의는 양국 경제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현안"이라며 "52개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이나, 동아시아에서 광범위한 FTA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이나, 유독 한-일 FTA를 타결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양국간 FTA가 해결된다면 단순히 교역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그치지 않고 시장경제체제의 틀을 공고히 하면서도 소비자 후생을 확대하는 쪽으로 근원적 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두나라가 FTA를 통한 체질개선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역내에서 가치창출의 연결고리를 강화시켜 나간다면, 자연스럽게 한중일 교역 확대와 기술교류 심화로 이어질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세계 경제의 심장이 동북아에서 요동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일 양국이 협력하면서 아세안, 중국 등 제3시장으로 공동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며 "미래산업 신성장 분야에서도 양국의 강점을 적절히 융합하는 전략을 통해 차세대 먹거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한국은 모바일 솔루션, 핀테크, 헬스케어 등에서 산업환경이 우수하며, 일본은 로봇, 항공우주, 전기차 등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리드하고 있다"며 "이처럼 양국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R&D(연구개발)에서 협력한다면 ICT 융복합 분야에서 먼가 새로운 먹거리가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새로운 50년을 열어가는 출발점인 올해 양국의 경제인들의 앞에 놓여있는 선택은 중요하다"며 "우리는 이제 호혜와 협력의 양국관계를 직시하고, 수교 이후 50년의 끈끈했던 양국 협력의 전개를 뛰어넘는 새로운 50년 협력의 역사를 주도적으로 같이 써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