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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불황형 흑자의 늪'에 빠졌다. 15일 관세청이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달 수출 462억달러, 수입 377억달러로 무역흑자 85억달러를 기록했다. 2012년 2월 이후 39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다. 그만큼 장사를 잘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뻐할 수만은 없다. 제품을 많이 팔아 수익을 남긴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제품을 많이 사지 않아 생긴 흑자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불황형 흑자는 수입이 수출 감소량 보다 더 많이 줄어 들어 발생하는 무역흑자를 말한다. 경기가 불황기에 접어 들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자리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의 위험신호로 간주된다.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얘기다.
실제 수출액은 지난해 10월 516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11월 466억원, 12월 495억원, 2015년 1월 451억원, 2월 415억원, 3월 469억원 등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입액도 2014년 10월 441억원에서 11월 413억원, 12월 439억원, 2015년 1월 395억원, 2월 338억원, 3월 385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수출입만 보더라도 전년 동월 대비 수출은 8.0%, 수입은 17.8% 줄었다.
수출에 있어 감소폭이 큰 품목은 석유제품과 승용차, 선박, 무선통신기기 등이다. 석유제품와 무선통신기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42.6%, 36.3%가 줄었다. 선박은 10.2%, 승용차는 9.2%가 감소했다. 그나마 유선통신기기(42.8%)와 반도체(6.7%)가 선전하면서 수출 감소폭을 줄였다.
특히 중동(1.3%)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로의 수출이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은 각각 5.2%, 미국 2.7% 줄었다. 또 유럽연합(EU), 중남미, 일본, 호주 등도 각각 11.8%, 11.2%, 12.4%, 7.6% 감소했다.
수입의 경우엔 반도체(4.9%)와 정보통신기기(15.9%) 등이 늘어났고 원유(-42.5%), 화공품(-10.8%), 철강재(-21.8%), 광물(-39.0%) 등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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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별로는 원자재가 29.0% 줄어들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1.6%, 0.9% 감소했다.
나라별로는 대만(7.1%) 지역은 수입이 증가했지만, 중국(-3.4%), 중동(-38.5%), EU(-11.6%), 일본(-12.7%), 미국(-7.2%), 호주(-22.8%) 등은 일제히 줄어들었다.
한편, 올해 1~4월 누적 무역수지는 수출 1797억달러, 수입 1495억달러로 302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