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적, 유가 폭락 후 반등시기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알래스카 여름 보내고, 혹한기 온다... "벌써부터 하반기 걱정"

  •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닐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2분기 영업이익이 2조 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갑작스런 유가 폭락으로 기록한 대규모 손실을 만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3분기 접어들면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상반기 짧은 호황을 끝내고 혹한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업계를 위축시키고 있다.

    3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 상반기에만 1조309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2분기에 기록한 9879억원이라는 수치는 2011년 1분기에 기록한 1조3562억원 다음으로 많은 분기 실적이다.

    에쓰-오일(S-OIL) 역시 올 상반기에 8511억원(1분기 2381억, 2분기 61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부진을 만회했다.  

    8월 중순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1분기보다 월등히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에서 303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GS칼텍스는 2분기에서 6천억원 중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3000억원 후반대를 기록하며, 1분기(950억) 대비 높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정유4사의 올 1~2분기 실적만 보면 과거 호황기를 누리는 듯한 모양새다. 
    올들어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하지 않았고,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익이 극대화 됐다.

    정유업계의 경우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가 40달러대까지 폭락하며 수조원대의 손실을 경험한 바 있다. 원유도입 시기 유가와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시기가 최소 한달여 시간이 필요한 만큼,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정유업계의 수익은 지난해와 반대 현상이 발생하면서 생긴 
    일시적 현상일 뿐인 이유다.

    실제 정유사의 수익은 국제유가가 얼마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수요와 공급에 따른 정제마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도 정제마진이 3~4달러 이하로 내려갈 경우에는 매출은 늘어나지만, 수익은 낼 수 없다.

    업계에서는 정제마진을 배럴당 3~4달러를 기준으로 더 높아질 경우 수익이, 더 떨어질 경우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정제마진은 7~8달러 수준을 보이며 정유사에 수익을 안겨줬다. 게다가 규모의 경제 실현과 높은 고도화비율 역시 실적개선을 견인했다. 

    정유업계의 3분기 시장 전망은 정제마진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유가임에도 정제마진이 올라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3분기에는 정제마진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영업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제마진은 석유의 수요가 늘어야 가능하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유럽의 경기 침체 등의 변수로 하반기에는 석유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정제마진이 상승하면서 정제시설 가동률이 상승해 석유의 공급과잉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5월과 6월 배럴당 8달러대를 기록했던 정제마진은 벌써 7월에 5∼6달러대로 2달러 이상 하락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정제 경쟁국이 정제시설을 증설하면서 석유 공급을 확대하며 우리나라 정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유업계가 잠시 동안 촉록이 물드는 알래스카의 여름을 보내고 혹한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확보를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