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 대표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업계선 "신격호, 경영능력서 차남이 뛰어났다고 판단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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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연합뉴스
롯데그룹 후계 경쟁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61)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최근 동생인 신동빈(60) 회장을 밀어내려는 '반란'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 장악 후 불과 10일여만에 벌어진 일이다.
28일 외신과 롯데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신 총괄회장이 전날인 27일 친족 5명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시작됐다.
그의 일본행은 집무실이 있는 롯데호텔을 비롯해 한국 롯데그룹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밀리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94세의 고령으로 현재 휠체어에 의지할 정도며 거동이 불편하고 언어구사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를 방문한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롯데 부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진 6명을 해임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8일 신동빈 회장이 나머지 이사들을 불러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은 이사회를 거치지 않아 불법적"이라며 신격호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직에서 해임했다.
즉,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 신동빈 회장 등을 롯데홀딩스에서 쫓아내는 일이 벌어졌고, 바로 다음날 신동빈 회장이 곧바로 반격에 나서며 공식 절차를 거쳐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을 뺏은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고령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상황 판단이 깨끗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배후에서 조종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다.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도 신 전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동안 롯데그룹 경영권에 대한 일말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었지만 사실 누가봐도 신동빈 회장의 후계자 '낙점'이 확실한 상황이었다"며 "일찍이 불씨를 품고 있던 신 부회장이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밀리자 막무가내한 반격이라도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일찌감치 일본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된데 이어 올해 1월 8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도 물러났다.
업계는 신 전 부회장의 해임이유와 관련해 갖가지 설이 있지만 경영 능력만큼은 차남인 신 회장이 뛰어났다고 신 총괄회장이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2006년 롯데쇼핑의 상장을 성사시켜 사업확장을 위한 실탄을 마련했다. 신 회장이 롯데정책본부장을 맡으면서 그룹 경영의 전면에 등장한 2004년 이후 롯데그룹이 인수한 기업만 30여개로 인수금액은 9조원에 달한다. 매출액도 2004년 23조원에서 2013년 83조원을 넘어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의 덩치를 크게 불린 동생에 비하면 형의 결과물이 왜소해 보일 수 있다"며 "평소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 신 회장이지만 사업적으로는 적극적인 면모를 보이며 추진력도 높아 신 회장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신 회장은 이제 한국내 사업을 챙기면서 정체상태에 빠진 일본 롯데에 활력까지 불어넣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차남의 경영능력을 또 한번 가늠해보는 신격호 회장의 마지막 시험이 될 듯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