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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분양시장 분위기가 살아나자 높은 계약률은 물론 조기 완판을 기록하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 입장에서 조기 완판은 웃을 수 만은 없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수익률을 확보할 기회를 날린 셈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계약이 빠르게 진행되면 다른 사업에 집중할 수 있어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계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 분양가 책정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내부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9.4대1로 조사됐다. 이는 2006년 판교신도시 분양 열기 이후 최고 높은 수치다. 이 같은 청약 경쟁률은 높은 계약률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삼성물산이 서울 광진구에 선보인 '래미안 프리미어팰리스'는 청약 1순위 마감했다. 계약도 1주일 만에 100% 완판에 성공했다. 올해 분양시장에 힘을 쏟고 있는 GS건설도 올해 11개 단지(임대 제외)를 분양했다. 이 중 '왕십리 자이'를 포함해 7개 단지가 100% 계약을 마무리했다.
현대산업개발도 올 1월 '천안백석 3차 아이파크'를 시작으로 13개 단지를 선보였다. 이 중 4개 단지가 완판됐다. 올초 한화건설이 선보인 '창원 가음 꿈에그린'은 계약 4일 만에 분양 일정을 마쳤다. '킨텍스 꿈에 그린'도 1달 만에 모든 가구가 계약을 마쳤다.
이같이 분양시장이 좋다고해서 무작정 분양가를 높이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고분양가 탓으로 대거 미분양이 생기면 자금 흐름에 영향을 받아서다. 특히 준공후 미분양이 발생하면 건설사 입장에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어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가가 다소 높은 지역이라도 대기수요가 있다면 단기간에 계약까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초기분양에서 80% 정도 계약이 진행되지 않으면 건설사는 자금흐름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입지와 비교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면 청약 흥행이 쉽지 않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경기 김포시에 분양한 '풍무2차 푸르지오'는 입지와 비교해 높은 분양가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 단지는 2441가구 모집에 평균 1.48대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본력이 부족한 건설사의 경우 고분양가로 인해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다면 추후 사업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결국 분양가는 시장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도 "최근 건설사가 내놓은 분양가는 어느 정도 높게 책정된 금액"이라며 "분양시장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분양가 책정은 어느정도 위험성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