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KT 방문, 사용 내역 요구했지만 성과 없이 돌아가업계 "콘텐츠 가격 인상 여부 두고 우회적인 신경전 벌인 것으로 보여"
  • ▲ KT 광화문 신사옥에 방문한 MBC 관계자들.
    ▲ KT 광화문 신사옥에 방문한 MBC 관계자들.


    MBC가 무한도전 등 각종 자사 VOD(주문형비디오) 콘텐츠를 임의로 사용한 IPTV사업자 KT의 사옥을 방문, 실사에 나섰다. 수차례 사용 내역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업계 사상 최초로 현장 조사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지상파와 유료방송간의 콘텐츠 사용 수익 배분과 관련,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오전 MBC 매체전략국과 콘텐츠사업국, 기술 담당자, 콘텐츠 계약 담당자, 변호사 등 8여 명의 관계자들은 KT 신사옥에 방문, 미디어사업본부 관계자들을 만나 콘텐츠 사용 사실에 대한 근거를 요구했으나 KT 측에서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1시간 만에 현장 점검은 마무리 됐다.

    MBC에 따르면 KT는 MBC의 무료제공 VOD를 방송일로부터 1년간만 서비스하기로 계약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고 수년간 무단으로 서비스 했다. 이에 MBC는 지속적으로 서비스 중단을 요청했지만 한동안 이를 지키지 않다 지난 6월쯤 이를 인정, 종료했다.

    그리고 MBC는 활용 실태 파악을 이유로 이유로 KT에 무단으로 사용한 VOD 서비스 내역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사간의 계약 상 KT는 콘텐츠의 실시간 이용현황을 열람할 수 있는 CMS(Content Management System)를 MBC에 제공하거나, 상세 이용 데이터를 매주 제공해야 하고, 또한 필요시 직접 열람할 수 있는 만큼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KT는 기술 미비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결국 MBC는 지난 7월 1일, KT에 무단 서비스한 VOD 내역을 공개해줄것과 그렇지 않을 경우 실사에 나가겠다는 공문을 보냈고 약 한달여 간 응답을 받지 못하자 같은달 29일 8월 7일 관계자들이 직접 찾아가 겠다고 공지했다.

    KT는 열람 방법과 절차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회신했으나 실사 여부에 대해 확정짓지 못해 MBC가 직접 조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MBC는 이날 직접 실사에 나섰음에도 별다른 성과 없이 돌아가야 했다. KT 신사옥에서는 VOD 제공 내역에 대한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KT를 방문한 MBC 한 관계자는 "콘텐츠의 공정한 유통을 위해서라도 KT가 무단 사용한 현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며 "비록 오늘 사실 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자료를 받아볼 수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확한 데이터를 받게 되면 이후, 그에 대한 대가를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현재 실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고 상대 측에서도 이를 받아들였다"며 "대신 MBC에 제공할 데이터 추출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가 유료방송에 대해 현장 실사에 나서는 것은 국내 미디어 업계 사상 처음으로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의 힘겨루기로 분석하고 있다.

    지상파가 유료방송 측에 지상파 콘텐츠를 유료방송에서 서비스 하는 대가인 가입자당 재전송료(CPS)를 인상해줄 것과 VOD 무료 서비스 등을 축소하고 있는 만큼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일과 관련,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 모두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것이라고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현재 양측이 콘텐츠 이용 대가를 가지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일 역시 그와 연계돼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