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와 스포츠계까지 불매운동 번질까 우려불매운동, 득보다 실이 클 수도…"집단매도는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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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반감이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불매운동으로 무고한 피해자가 속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단체와 네티즌들은 '반(反) 롯데 감정'의 수위를 높이며 계열사 정보를 공유, 불매운동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백화점·마트 뿐만 아니라 롯데홈쇼핑·롯데닷컴 등의 유통계열사,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등 식품제조업체, 롯데시네마·롯데자이언츠 등 소비재 중심 기업들을 열거하며 불매운동 동참을 촉구하는 글들이 주요 포털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이와 관련, 실제 불매운동이 전개될 경우 그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과 유통을 주력 계열사를 두고 있는 소비재 중심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소비자들의 불매 움직임은 기업 경영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일주일만 불매운동을 벌인다면 대형마트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오게 된다"라며 "껌·과자로 시작해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롯데는 소비자 덕에 커 온 기업이기 때문에 불매운동은 더 치명적일 것"이라며 불매운동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무차별적 불매운동은 롯데가 창출하고 있는 경제적 부가가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는 현재까지 80여개의 계열사를 통해 9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가맹점 사업주와 협력사 직원까지 합치면 국내에서만 총 3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따라 불매운동 따른 충격파가 35만개의 일자리에도 직간접적으로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 롯데 유통계열 매출 아직까진 변화없어…"앞으로가 걱정"

    이날 롯데그룹 주요 유통 계열사에 따르면 경영권 다툼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1주일 간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주요 유통계열사의 매출은 아직까지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롯데마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6% 소폭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 사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롯데쇼핑 계열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은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9% 늘었다. 롯데월드타워도 지난달 29일부터 8월 4일까지 하루 평균 11만3000명 수준으로 전 주 대비 11.3% 증가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여름 피서철을 맞이해 모처럼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덕이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향후 시민사회단체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불매운동을 시작하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 롯데 주가 하락에 국민연금 475억 손실…'불매운동'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

    가장 먼저 변화가 감지된 것은 주식이다. 롯데 불매운동 조짐으로 롯데 계열사들의 주가 또한 일제히 하락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국내에서 롯데에 대한 대규모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평가손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 불매운동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 사태가 불거진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7일 사이 국민연금은 롯데 관련 주식의 동반 하락세에 약 475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7.38% 지분을 보유한 롯데케미칼에서만 약 380억원, 지분율 13.08%을 보유한 롯데칠성에서도 95억원을 손해 봤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은 특히 올해 내수주의 대표격인 롯데 관련 주식 투자량을 늘린 상태여서 이번에 손실 규모가 더 커졌다. 이번 사태로 롯데그룹 주가는 당분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아 자칫 추가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이 롯데 계열사의 지분 6.9%를 투자 중인데 지금 롯데 계열사 시가총액이 1조5000억원 빠져나갔고 앞으로 얼마나 더 빠질 지 모른다"라며 "롯데 사태는 신씨 집안의 재산 싸움인데, 국민이 노후자금으로 납부한 국민연금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조속한 문제 해결 방안을 촉구하기도 했다.

    ◇ 연예계와 스포츠계도 전전긍긍

    심지어 연예계와 스포츠계도 이번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내에서 롯데시네마, 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의 영화사업 부문 계열사를 두고 영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이병헌, 전도연 주연의 <협녀, 칼의 기억>의 경우 이달 13일 개봉을 앞두고 '롯데그룹발 악재'에 개봉작의 흥행에 타격을 받지 않을까 초조한 모습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의 경우 당초 올해 상반기 개봉이 예상됐지만 이병헌 씨가 성희롱 구설수에 휘말리며 개봉을 미뤄왔었다"라며 "이번에도 롯데 불매운동이라는 큰 암초를 만나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계도 같은 반응이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91년 프로야구 최초로 100만 관중을 돌파한 인기 구단이다.

    하지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 사이에서도 롯데그룹에 대한 비난 여론이 상당했다. 한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아이디 lee08***는 "10년 간 롯데 팬으로 살아왔지만 이제부터 나는 롯데 팬이 아니다"라며 "경영권 분쟁을 지켜보면서 나는 롯데 팬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다수의 네티즌들이 변절을 선언하며 롯데에 대한 성토의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에서 롯데는 11경기에 13만4124명이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사직구장을 찾는 등 종합 관객수 2위를 기록 중인터라 업계 종사자들은 부활을 노리는 부산 야구 열기에 이번 사태가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직구장 홍보팀 관계자는 "아직까지 관객수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불매운동이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지 계속 지켜보며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 불매운동, 득보다 실이 클 수도…"집단매도는 자제해야"

    이 같은 우려가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단체와 금융소비자원 등 시민단체는 롯데 제품 불매운동 전개를 선언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에 대한 불매운동과 소상공인 업소에서 롯데카드 거부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히며 불매운동에 가세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앞서 금융소비자원, 활빈단 등도 롯데 전 계열사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금융소비자원은 타 소비자단체들과 연합해 이번주 부터 본격적으로 불매운동을 진행할 방침이다. 롯데카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손해보험, 롯데제과 등 소비자 밀착형 제품을 판매하는 7~8개 계열사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차별적인 불매운동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봉동에서 롯데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 이 모(56)씨는 "아직까지 별다른 매출 감소는 없지만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불붙으면 아무래도 타격을 입지 않겠느냐"며 "이곳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은 모두 한국 사람이고 이번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 불매운동 관련해서 억울한 면이 많다"라고 하소연했다.

    또 장위동에 사는 김 모(26)씨는 "아버지가 세븐일레븐(편의점)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혹시나 하는 걱정이 생긴다"라며 "'투명한 지배구조' 같은 경제정의 실현 차원은 동의하지만 무고한 피해자까지 양산하는 불매운동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와 같이, 35만여 명의 롯데그룹 및 협력업체 종사자들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추산하면 100만여 명의 생계문제가 걸린 문제다. 상황이 지속된다면 코리아디스카운트 개연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불매운동은 최근 침체기를 겪고 있는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경제전문가는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수년간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국내기업의 경영실적마저 위축되는 상황이다"라며 진단한 뒤 "소비욕구를 높여 내수를 진작시키는 것이야말로 경제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 상황으로 불매운동은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라며 "수십만명이 피해볼 수 있는 롯데에 대한 집단매도는 자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