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 관광객 81% 서울 찾아…새 관광루트 개발로 체류시간·소비지출 ↑ 기대
  • ▲ 수협 복합리조트 조감도.ⓒ수협중앙회
    ▲ 수협 복합리조트 조감도.ⓒ수협중앙회

    정부의 복합리조트 사업대상지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서울 도심 요지에 카지노 시설이 포함된 '공익형 복합리조트'가 들어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중 카지노 복합리조트 제안서 평가를 통해 2곳 안팎의 대상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업대상자는 12월께 발표할 계획이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를 비롯해 호텔, 쇼핑몰, 컨벤션, 전시시설, 공연장, 테마파크 등 다양한 분야의 시설을 융합해 비즈니스·가족관광·레저·오락 등을 아우르는 대규모 복합시설을 말한다.

    싱가포르가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월드센토사 등 2개 복합리조트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이후 세계 각국은 카지노 허가와 연계해 대규모 복합리조트 개발을 위한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1월 제7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연내 복합리조트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복합리조트 사업 선정을 위해 국내외 34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29개 업체의 신청현황을 보면 인천에 16개 업체가 신청해 가장 많다. 영종도에만 11개 업체가 몰렸다. 다음으로 경남·전남 각 3개 업체, 경기 2개 업체, 서울·부산·강원·경북·충북 각 1개 업체 등이다.

    사업신청의 타당성을 보면 △인천 영종도 카지노 밀집 효과 △지방 지역균형발전 △서울 공익형 모델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영종도에는 이미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 2건이 확정돼 추진되고 있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가 추진하는 국내 최초의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가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지역에서 착공했다.

    미국업체 시저스 엔터테인먼트도 2018년까지 영종도 미단시티에 7억9400만 달러 규모의 카지노를 건설하기로 하고 카지노 면허를 받아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추가 선정에는 영종도 미단시티에 미국과 중국 자본이 손잡은 GGAM 컨소시엄을 비롯해 FTF코리아개발(홍콩), 신화롄(중국), 임페리얼퍼시픽(마카오), 오디아(싱가포르) 등 외국계 업체가 대거 참여했다.

    영종도 인천공항국제업무지구에는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도 출사표를 던졌다.

    영종도에 복합리조트가 추가로 신설되면 카지노 복합단지 밀집으로 집객 등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천국제공항이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지리적으로도 중국과 가까워 중국인 관광객(유커) 유치에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420만명으로 이 가운데 중국인은 620만명이다.

    하지만 영종도 주변이 한창 시설이 개발되고 있는 지역이어서 복합리조트 밖으로 나오면 마땅한 관광 인프라가 없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지역균형발전 논리를 내세우며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에 사업대상지를 정한 업체들은 영종도에만 카지노가 몰리면 공급과잉이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영종도에 조성될 카지노가 외국인 전용이므로 수익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카지노는 총 17곳이다.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오픈 카지노는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나머지 16곳은 모두 외국인 전용 카지노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은 2010년 1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2011년 1조1256억원, 2012년 1조2510억원, 2013년 1조368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증가율은 2012년 11.1%에서 2013년 9.4%로 1.7%P 낮아졌다.

    롯데그룹과 말레이시아의 합작법인인 겐팅은 부산 북항을, 코오롱글로벌은 강원 춘천을, 여수 경도레저관광과 중국 평강도가촌 등 컨소시엄 3곳은 전남 여수 경도 등을 각각 후보지로 내세운 상태다.

    사업 타당성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 도심을 사업대상지를 마련한 수협중앙회 복합리조트다.

    수협은 지난해 방문한 외국 관광객 1420만명의 80.9%가 서울을 찾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울에 복합리조트를 세워 새로운 관광루트를 개발해야 관광객의 체류시간과 소비액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수협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일본 츠키지시장 참치경매처럼 국산 수산물 경매광경을 볼 수 있게 하고 활어·대게 등 700여개 수산물 점포에서 다양한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게 하는 등 동대문처럼 심야 관광이 가능하게 관광상품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새로 선정된 한화 서울 도심면세점 등과 연계하면 시너지를 내는 관광지구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다.

    올림픽대로로 연결돼 공항에서 접근하기 쉽고 지하철 1·9호선과 직접 연결되는 것도 노량진 입지의 강점으로 꼽힌다.

    오는 10월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 완료돼 시장 바로 옆에 새 건축물이 들어서면 기존 시장부지 4만8233㎡를 활용할 수 있고 사업비도 외국자본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수협의 설명이다.

    특히 수협은 복합리조트 사업 수익을 어민 지원 등 공익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태도여서 눈길을 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어업과 바닷모래 채취에 따른 어장 황폐화로 말미암아 수산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으로 올린 수익을 어민 생계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외국자본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 등을 통해 외국 본사나 주주에게 할당할 가능성이 있지만, 수협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의 경우 국부 유출을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의 경우 투자업체가 4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한 후 그 수익을 싱가포르가 아닌 제3국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