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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 일 동안 진행된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17일 롯데홀딩스에 따르면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과 '지배구조 관련' 등 두 안건이 무사히 통과됐다.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은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추진하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주총 안건 자체는 경영권 분쟁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으나 신 회장이 제안한 안건이 모두 통과되면서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종결됐음을 의미한다.◇주주들 신동빈 지지···'경영능력' 검증돼
금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신 회장이 '경영 능력'에서 우위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처음부터 롯데그룹이 법과 원칙에 의거한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손가락 경영'으로 그와 임원들을 해임시키며 황제·밀실경영의 부정적 단면을 드러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을 때도, 신 회장은 롯데그룹은 모두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결정해왔다며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내분을 수습하는 것 역시 경영자의 자질에서 우세한 평가를 받았다. 롯데판 형제의 난 이후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막장드라마' 같은 자극적인 폭로로 그룹의 분란과 싸움을 초래한 것과 달리,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다툼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하고 분란을 선제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이해를 구하는 자세를 취했다.
또 분쟁과정에서 불거진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일본으로 넘어가는 배당금 문제 등에 대해서도 신 회장은 회사 상장을 통해 '투명 경영'을 선포하겠다고 공언하며 즉각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 회장은 지난 11일 대국민에게 사과하는 공식 자리에서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를 연내에 80% 이상 해소하겠다고 선언했다.
롯데를 이끌어온 두 형제의 상반된 경영 성적표도 주주들의 선택 배경에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장남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이 지휘한 일본 롯데그룹은 한국 롯데보다 일찍 출범했음에도 상대적으로 크게 밀려 있는 상황이다.
일본 롯데는 '200대 기업' 사이를 오가는 수준이지만 한국 롯데는 재계 5위에 올라 있다. 매출 역시 2013년 한국 롯데그룹은 83조 원을 기록한 반면 일본 롯데는 5조 원에 그치고 있다. 신 회장은 과감한 '공격 경영'으로 하이마트·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중국 대형마트 타임스 등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인수합병 30여건을 성사시키며 그룹의 덩치를 불려나가고 있다. -
◇'원 롯데 원 리더···"신동빈, 민심수습 총력할 것"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형에게 승리했지만 이제 '민심달래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은 이번 경영권 분쟁이 터진 이후 국민에게 총 세번 사과했다. 신동주 전 회장의 쿠데타 이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서 진행한 것이 처음이고, 귀국 현장, 대국민 사과 방식 순으로 사과의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박근혜 대총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일자리를 강조하자 3년 간 2만4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가장 먼저 화답하기도 했지만, 반(反) 롯데 정서에서 번진 '롯데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어 국민의 마음을 달래기엔 역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롯데 사태'를 통해 각인된 회사의 이미지를 어떻게 쇄신하고, 앞으로 전개될 신 전부회장과의 법정싸움 등 각종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이 완승한 것은 일본에서도 경영능력을 믿고 따라보겠다는 뜻"이라며 "경영자의 자질을 검증받은 만큼 신 전 부회장과의 갈등 해결은 물론 다시 민심을 얻을 수 있게 신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을 빨리, 투명하게 진행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