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성의 원칙, 고의범 처벌의 원칙에 반해…'재산범=생명 침해 중범죄' 동일시 역시 문제"
  • ▲ 전삼현 기업소송연구회장(숭실대 법학과 교수)이 '기업인 배임죄와 세계 법조계의 흐름'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전삼현 기업소송연구회장(숭실대 법학과 교수)이 '기업인 배임죄와 세계 법조계의 흐름'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현행 배임죄 처별요건을 고의성과 목적성이 있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삼현 기업소송연구회장(숭실대 법학과 교수)은 30일 뉴데일리미디어그룹과 자유경제원 주최로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기업 관련 법률 혁신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주장했다.

     

    전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60년대 중반 이후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면서 전통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범죄 이외에 새로운 유형의 기업범죄가 발생하게 됐다"며 "이러한 기업범죄관련 사범을 처벌하기 위해 경제형법 분야에서 40개 이상의 새로운 기업범죄 유형을 정하고 이를 형사처벌하는 근거규정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이 우리나라 경제범죄를 특별법의 형태로 과도하고 복잡하게 규정하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전 회장은 또 "배임죄 규정은 형법 제정 당시인 1953년부터 있었다"며 "당시만 하더라도 배임행위에 대한 입증이 쉬웠고 손해 사실도 분명했기 때문에 법 적용상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60년이 지난 현재는 그런, 수천, 수만의 주주들로부터 위임을 받은 대기업 CEO에 있어 무엇이 배임인지, 어떤 경우에 처벌받게 되는지 불분명하게 됐다"며 "복잡다단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험적 투자를 해야 하는 경영자들에게 있어 배임죄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비수와도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명확성 등 현행 배임죄가 안고 있는 결함에 대해 지적했다.

     

    전 회장은 "현행 배임죄는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우리 형법상 고의가 없어도 배임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 회장에 따르면 우리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모두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1871년 세계 최초로 배임죄를 명문화한 독일의 경우 '법률 또는 관청의 위임, 법률 행위 혹은 신임 관계에 의해 부여된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자'만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1907년 배임죄를 규정한 일본은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한'한 경우, 즉 고의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전 회장은 "우리 배임죄 규정은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인 명확성의 원칙과 형법에서 정한 고의범 처벌 원칙에 반하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는 것"이라며 "재산범죄인 배임죄에 대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한 중범죄와 동일하게 엄중한 처벌을 가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배임죄를 적용함에 있어 사회가 복잡해진 만큼 사법 당국이 피의자의 고의나 손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형법상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부정하는 배임죄 규정은 사법부에 폭놃은 재량을 허용하면서도 국민 기본권의 핵심인 죄형 법정주의, 과임 금지의 원칙을 침해하는 형벌제도이다"고 지적했다.

     

    전 회장은 "최소한 배임죄의 처별 요건을 명백한 고의성이나 목적성이 있는 경우로 제한하는 형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특경가법상의 배임액을 최소한 10배 이상 증액하는 것이 법제정 당시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