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구조조정 대신 인력 줄이기용 비판 일어사측 "휴직제도 통한 인력 유출 규모 크지 않다"


  • 삼성생명이 직원 복지를 위해 개발한 자기개발 지원 휴직 프로그램이 사실상 '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고액 연봉의 높은 연차 직원들을 솎아내기 위해 고안해 낸 또 다른 방안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현재 자기개발 프로그램 등을 통한 휴직 제도를 운영 중에 있다. 대학원 진학이나 어학연수, 혹은 해외여행 등을 계획하고 직원들 스스로 자기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는게 사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삼성생명은 근속연수 5년 이상 직원에 대해 최장 3년까지 휴직기간을 제공, 휴직기간 동안 학위 등 학업관련 서류를 내면 이 또한 근속으로 인정해 준다. 또 근속 20년 이상의 높은 연차의 직원들에게는 1년간의 안식년 휴직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안식년 휴직은 기본급만 제공된다.

    또 특화된 직무를 맡는 전문직 제도를 신설, 지난 8일까지 직원들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전문직 제도는 지점장을 지낸 차장·부장급 직원들이 신청 가능하며, 선발되면 △교육 전문강사 △컨설턴트 교육 전문강사 △퇴직연금 전담직 등의 특화된 직무를 맡게 된다. 지원자가 계약직 전환을 희망하면 상당 수준의 전직 지원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장기 휴직 프로그램이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사측이 악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근속연수가 높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휴직 신청을 받는데다가 휴직 기간 동안 재취업 혹은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어 자연스럽게 퇴사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시각이다. 

    삼성생명의 한 내부 관계자는 "장기 휴직 프로그램을 신청한 직원들은 대부분 연차가 높은 직원들이다. 승진인원이 정해져 있는 터라, 휴직 후 복직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전문직 제도의 경우 상당 수준의 전직 지원금으로 유인해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쉽게 해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말이 좋아 자기개발 프로그램이지, 사실상 구조조정하기 위해 높은 연차의 직원들에게 퇴직 준비를 위한 유예기간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반면에 이같은 장기 휴직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도 명예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포지션을 잃은 별정직 실장님들을 보면 뭘 해야할지도 모르는데 출근은 해야되니 시간이 넉넉치 않아 딜레마에 빠지게 된 분들을 많이 봤다"며 "그런 차원에서 퇴직 후 제2인생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은 오히려 좋은 제도라고 칭찬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소형 보험사들 중에는 여전히 명예퇴직 대상자에 포함됐다고 통보한 뒤 시간을 주지도 않고 곧바로 해고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그나마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은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있어 이같은 장기 휴직제도가 허울 뿐이라고 할지라도 퇴직을 앞둔 고연차 직원들에게 유예기간을 줄 수 있는 여력이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측은 이 제도를 통한 인력 이탈이 그리 심하지 않아 구조조정 수단이라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상관없이 직원들의 복지 혜택을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100% 복직을 보장키로 약속하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며 "휴직 프로그램 이용하다 퇴사한 직원들의 경우는 모두 자발적으로 퇴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휴직제도를 통해 인력이 많이 줄거나 했으면 '구조조정설'에 대해 적극 해명하는 등 대응할텐데 인력이 그렇게 많이 이탈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