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하츠코 여사, 신동주·동빈 중재자 나설까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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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사태가 갈수록 격화되면서 재계에서는 결국 지난번 1라운드때와 같이 롯데의 운명이 일본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제간 싸움으로 보였던 롯데 분쟁은 최근 신동주 회장이 사실상 '가신들의 난'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더 복잡해졌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 CFO가 신동빈 회장과 야합을 통해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배신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 등이 신동주 회장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신동주 회장의 오랜 과오때문이라며 롯데홀딩스라는 회사가 쓰쿠다 사장 등 한두명에 좌우되는 회사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우선 일본 법원의 판결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신동주 회장은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가지고 신동빈 회장과 롯데홀딩스, 롯데그룹 계열사 등에 3개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소송이 일본 법원에 제기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해임 무효 소송이다. 한국 법원에 제기한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 신청건과 호텔롯데 이사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도 중요하지만 일본에서의 소송에 비하면 그 중요도가 떨어진다.
일본 법원이 만약 신격호 총괄회장 해임에 대해 무효라고 판단한다면 신동빈 회장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장악하기 위해 해온 일들을 일본 법원에서 위법으로 판단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동빈 회장의 모든 기반이 무너지고, 쓰쿠다 사장 등도 위기에 처하게 된다.
반대로 일본 법원이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 롯데그룹은 한국과 일본 모두 신동빈 회장이 손에 넣는, 즉 지금의 구도로 흘러가게 된다. 결국 일본 법원이 판단이 일본은 물론 한국의 롯데그룹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구도가 예상된다.
법적인 문제 이외에도 경영권 장악을 위한 주주총회와 관련된 것 역시 일본인들에게 좌우될 전망이다. 이는 한국 호텔롯데의 지배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 때문이다.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신동주 회장이 장악한 일본 광윤사이지만 지분율이 28.1%에 불과하다. 신동주 회장 본인 지분(1.6%)를 합쳐도 29.7%다. 따라서 롯데홀딩스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종업원지주회(27.8%)와 임원지주회(6.0%)의 지지가 필수다.
◇ 하츠코 여사는 2개월만에 한국 방문 왜?
신동주·동빈 두 아들 중재자 역할 나서나
신동주·동빈 형제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가 지난 21일 한국을 찾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7월말 시아버지 제사 때문에 입국한 이후 2개월 20여일 만이다.
롯데그룹과 SDJ 코퍼레이션에 따르면 하츠코 여사는 지난 21일 극비리에 입국해 24일 출국하기 전까지 서울 소공동 호텔롯데 34층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집무실에 머물렀다.
실제로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과 측근들은 당초 이날 언론사를 돌며 언론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였지만, 이날 낮 12시께 급하게 모든 일정을 연기했다.
신동주 회장이 다수 언론사 방문 일정을 연기할 정도라면 중요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관측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이자 거처인 호텔롯데 34층 집무실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모여 모종의 회의가 열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하츠코 여사는 지금까지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편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그가 이날 오후 맏아들 신동주 전 부회장을 급하게 부른 것이라면 분명히 형제 중 한쪽 승리를 위한 전략을 짰다기보다는 화해와 타협 가능성을 타진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열흘 간이나 그룹 경영 상황을 보고 받지 못했다. 2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 16일 이후 열흘, 주말을 제외해도 엿새동안 롯데 계열사 대표들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단 한 차례도 경영 현황을 보고하지 못했다.
신 총괄회장이 이렇게 장기간 업무 보고를 받지 못한 것은 롯데 창업 70년만에 처음이다. 아들들간 경영권 다툼 사이에서 완전히 경영에서 소외된 ‘뒷방 노인’으로 전락한 셈이다.
16일 전까지 신 총괄회장은 90세가 넘은 고령에도 매일 오후 3~5시 사이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현황 등을 직접 보고 받고 질의하며 경영 상황을 파악해왔다. 하지만 일본, 한국 롯데 기준으로 각각 창사 70년, 48년만에 창업주에 대한 경영 보고가 완전히 끊어진 것은 신동주·동빈 두 아들이 경영권 분쟁 와중에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위치한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 관할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오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측은 자신들이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을 관리하겠다고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에 통보한 뒤 실제로 비서·경호인력들을 34층에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은 롯데 정책본부 소속 자신의 비서실장 이일민 전무를 해임했고,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20일 총괄회장의 뜻이라며 새 총괄회장 비서실장으로 나승기 변호사를 임명했다.
현재 34층 총괄회장 집무실은 사실상 신동주 전 부회장 인력이 장악했지만, 롯데그룹도 이일민 전무의 '해임 무효'를 주장하며 이 전무를 비롯한 비서·경호 직원을 34층 근처에 대기시켜 놓았다.
형식적으로는 총괄회장 집무실을 '공동 관리'하는 셈이지만, 현재 총괄회장의 최측근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 사람들만 있기 때문에 롯데 정책본부나 계열사들은 총괄회장과 거의 소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SDJ코퍼레이션이라는 전혀 다른 회사 직원, 관계자들에게 총괄회장에 대한 보고 일정이나 내용을 상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반대로 저쪽(SDJ)으로부터 총괄회장이 보고를 요구한다는 연락을 받은 일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신 총괄회장이 정기적 경영 보고와 카드게임으로 정신 건강을 유지해왔는데 보고가 끊겨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