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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경기 여건에도 국내 30대 그룹은 오히려 투자를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박주근)가 국내 30대 그룹 259개 계열사의 올 1~3분기 투자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올 1~3분기 투자 규모는 총 57조4000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12조1000억원(26.8%)이나 증가한 수치다.
이번 조사에서 투자는 유·무형 자산만을 집계한 것으로 연구개발(R&D) 투자는 제외됐다.
그룹별로는 30대 그룹 중 16곳이 투자를 늘렸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와 삼성그룹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현대차은 올 3분기까지 15조898억원으로 투자해 삼성을 제치고 재계 1위를 기록했다. 투자 증가액도 9조4051억원(165.4%)으로 압도적 1위였다. 현대차 단독으로 30대 그룹 전체 투자 증가액의 77.6%를 차지했다.현대차의 이 같은 투자 확대는 한전 부지 매입과 곧 출시할 EQ900 등 신차와 친환경차 개발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한 결과다. 또 현대종합특수강(구 동부특수강) 인수 등도 투자 확대에 한 몫 했다.
삼성은 2조9834억원(25%) 증가한 14조9260억원으로 현대차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프리미엄은 물론 중저가 스마트폰을 대거 선보인 데다 반도체와 에어케어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차와 삼성에 이어 SK(5656억원, 7.6%), 한화(3775억원, 86.9%), 현대백화점(1765억원, 100.6%), 대우건설(1497억원, 584.8%), KCC(1113억원, 74.9%) 등 5개 그룹이 1년 새 투자를 1000억원 이상 늘렸다.CJ, OCI, 한진, 영풍, 두산, 신세계, 금호아시아나, 동부, 미래에셋 등 9개 그룹도 74억~960억원(9.2~65.3%)씩 투자를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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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13개 그룹은 투자를 줄였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 철강, 정유 중심 그룹들이 여기에 해당됐다. 5대 그룹 중에서는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롯데와 LG가 투자를 줄였다.
롯데는 올 들어 3분기까지 1조7086억원을 투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35억원(26.4%)이나 감소했다. 롯데의 투자 감소액은 30대 그룹 중 가장 많았고, 유통 중심 3대 그룹인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중에서도 유일했다.
또 포스코 4698억원(24.3%), LG 2936억원(5.4%), GS 2126억원(21.6%), KT 1079억원(21.6%) 순으로 투자 뒷걸음질 쳤다.
이 밖에 효성(943억원, 23.9%), 현대중공업(886억원, 10.7%), 대림(884억원, 10.7%), 대우조선해양(810억원, 42.3%), 에쓰오일(557억원 12.2%), 현대(381억원 49.7%), 동국제강(255억원 32.6%), LS(58억원, 2.6%) 등도 투자를 축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