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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전자와 바이오, 금융 등 핵심 사업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내년도 밑그림을 그릴 전망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 대부분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다. 매출과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큰 폭의 하락세는 감지되지 않지만 영업이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 8.1%를 기록한 후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4.1%까지 주저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곳간을 책임지는 삼성전자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147조33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3조4750억원)보다 4.0% 줄었다. 2013년 3분기 누적(169조4150억원) 대비로는 13.0% 축소됐다.
이에 따라 삼성은 경영 위기 타개책을 꺼내들었다. 먼저 주력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 숫자를 소폭 줄일 예정이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를 삼성전자와 합치는 방안이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삼성SDI 조직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삼성SDI의 경우 최근 케미칼사업부와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통째로 롯데그룹에 넘기면서 사실상 캐쉬카우(주수익원)를 잃었다. 남아 있는 배터리 사업 역시 삼성전자의 휴대폰과 노트북 사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시장이 이제 막 개화한 단계여서 수익이 투자금을 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합병설이 불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은 배터리와 IT기기 간 연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 분야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배터리 사업과 IT기기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SDI가 삼성전자 품으로 들어가면 지난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으로 일어난 순환출자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삼성SDI는 삼성물산 지분을 4.73% 갖고 있다.
다만 최근 잇따라 조직 몸집을 줄인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합쳐져 종합 부품회사로 발돋음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하지만 두 회사가 힘을 더해도 뚜렷한 캐쉬카우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바이오와 패션 사업의 비상도 주목된다. 부진한 성적표를 만회할 카드로 삼성은 바이오·패션 육성책을 꺼내들었다.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오너 일가 3남매 중 한 명인 이서현 사장이 삼성의 패션사업을 총괄한다. 이 사장은 최근 이뤄진 사장단 인사를 통해 기존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겸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으로 이동했다.
삼성물산은 조직 내 상사와 패션 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오는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을 달성할 목표다. 패션 부문은 1조9000억원(지난해 기준)이던 매출을 2020년까지 10조원으로 5배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삼성은 반도체·전자 분야를 이어갈 새 사업으로 바이오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를 맡아 온 고한승 부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이 같은 밑그림에 힘을 실었다.
아울러 삼성물산의 경우 건설 부문을 리조트·건설부문과 합치고, 상사와 패션을 통합할 수도 있다. 삼성물산은 합병 당시부터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조직개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임원 승진 폭이 작년보다 16.7%나 축소됐다. 그만큼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라면서 "내년도 삼성의 밑그림은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토대 위에 주력 사업을 키우는 쪽으로 맞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