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거래량 전월比 40% 감소서민층 월 지출 민감, 분할상환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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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내달 시행되면 빌라 매매가 위축될 전망이다. 사진은 분양 현수막이 붙어 있는 빌라 모습.ⓒ뉴데일리경제
# 서울 동작구에 있는 빌라에 거주하는 이준수(60·가명)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빌라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했으나 은행이 감정가를 예상보다 낮게 평가한 데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질 예정이어서다. 결국 이씨는 높은 금리를 물더라도 대출이 편한 제2금융권을 이용하기로 했다.
# 서울 강서구에 살고 있는 김준환(34·가명)씨와 최연수(33·가명)씨 부부는 빌라 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등을 담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마음에 걸린다. 정부는 1년 이내 거치 기간을 주고 장기적으로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매달 지출이 증가하는 것은 가계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신축 빌라 분양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셋값 고공행진으로 날개돋힌 듯 팔리던 빌라 거래가 급감한 것이다.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바탕으로 형성된 수요자들이 내달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을 앞두고 관망세로 돌아선 결과로 분석된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단독·다가구주택 매매 거래량은 1149건으로 지난해 12월 1912건보다 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연립·다세대주택도 4713건에서 2688건으로 43% 줄었다.
부동산 비수기인 겨울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으나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도 감소폭이 크다. 지난해 1월 단독·다가구주택 매매 거래량은 1041건, 연립·다세대주택은 2922건으로 2014년 12월보다 각각 21%, 13% 줄어든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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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전셋값 폭등으로 수요자들이 빌라 매매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은 은평뉴타운에 있는 빌라 매매 관련 전단지 모습.ⓒ뉴데일리경제
빌라 매매시장은 지난해 아파트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활성화됐다. 아파트 전셋값 수준이면 1억5000만~2억원대의 빌라를 무난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의 단독·다가구주택 매매 거래량은 2만4213건으로 2014년 1만4537건보다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립·다세대주택은 4만165건에서 6만1268건으로 50% 이상 늘었다.
부동산업계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빌라 매매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A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빌라는 기본적으로 아파트보다 담보대출 한도가 작고 가격 상승 여력도 부족하다"며 "아파트를 구입할 형편이 되지 않은 이들이 대출을 받아 빌라를 산 것인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거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B 중개사무소 관계자도 "△동작구 △강서구 △은평구 등 빌라촌이 형성돼 있는 지역에 이주하는 수요자들은 대부분 △교사 △간호사 △공무원 등의 직업군에 종사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월급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기에 매월 지출에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또 수요자들이 대출을 위해 △단위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보험 등 제2금융권으로 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빌라 시공을 맡고 있는 C사 관계자는 "대출 한도롤 높이려는 빌라 수요자들은 은행에서 승인을 받기 힘들다"며 "결국 이들은 대출을 받기 쉬운 제2금융권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2금융권에서 빌라 시공사에 홍보 등을 부탁하기도 한다"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더 많은 수요자가 제2금융권으로 몰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