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 강화 염원한 KB금융, KB투자증권 단숨에 업계 3위로 올려브로커리지 강자와 채권영업 강자의 만남 시너지 기대…구조조정 우려↓
  • 우리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연이어 패배했던 KB금융이 마침내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하며 증권업계 판도변화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다.

    1일 금융투자 및 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마감된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KB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 등 3곳 가운데 KB금융지주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입찰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KB금융이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대증권의 현재 주가수준으로 계산한 해당 지분 시가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현대증권이 당분간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마지막 대형 증권사라는 점에서 당초 시장의 예상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이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유력 후보자였던 한국금융지주와 초접전을 벌였지만, 거래 종결 능력과 할인 조건 등을 두고 벌인 막판 협상에서 KB금융지주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KB투자증권을 더한 자기자본이 3조9000억원대로 불어나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3위로 올라서게 된다. 업계 20위 수준에 머물렀던 KB투자증권 입장에서는 획기적인 도약이다.


    KB금융 입장에서도 은행에 쏠려있던 지주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리딩금융그룹 도약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지난해 KB투자증권의 지주 내 당기순익 비중은 3%에 불과했지만 현대증권 인수는 비은행권 강화의 초석이 될 수 있다.


    특히 증권가 M&A의 흑역사도 씻어냈다.


    KB금융은 지난 2013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전 당시 NH농협지주에 패배했고,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는 미래에셋에 패했다.


    두번의 인수전 모두 자금력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인수전에서 실패하며 과감한 배팅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인고의 시간 끝에 현대증권을 품에 안으며 KB투자증권의 퀀텀점프를 이뤘다.


    KB투자증권은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업무에 강점이 있는 현대증권 인수를 발판 삼아 자본시장에서도 강자로의 도약을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 영업에 강점이 있는 KB투자증권과 브로커리지 강자인 현대증권의 결합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KB증권은 전신인 한누리증권의 전통을 이어받으며 채권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부채자본시장(DCM)에서도 여전히 최강자의 면모를 지켜왔다. 현대증권은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의 주역답게 브로커리지 분야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곳이다.


    현대증권 역시 인수 후보군 가운데 KB금융의 인수를 가장 바랐던 만큼 잡음도 최소화될 전망이다.


    작년말 기준 현대증권의 임직원은 2318명이지만 KB증권은 591명에 불과해 통합에 따른 구조조정 부담도 크지 않다.


    현대증권은 95개의 지점을 비롯해 해외사무소 1곳, 해외현지법인 2곳을 갖고 있으나, KB투자증권은 국내 지점이 17개밖에 되지 않고 해외 사무소나 현지법인은 없다.


    양사간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도 자기자본 4조원대의 대형 증권사가 1곳 더 늘어나게 돼 대형 증권사 간 선의의 경쟁구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가 많아질수록 자본시장 전체가 동반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