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거부·금리 인상 등으로 분양 차질집단대출 피해 사업장 규모 계속 커져
  • ▲ 집단대출 규제로 건설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의 단지 모습.ⓒ뉴데일리
    ▲ 집단대출 규제로 건설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의 단지 모습.ⓒ뉴데일리


    #수도권에서 분양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A 건설사는 대출 이야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중도금대출보증까지 받았는데도 시중 은행들이 대출을 거부해서다. 결국 A건설사는 3% 후반대의 금리를 물기로 하고 지방은행과 집단대출 협약을 맺었지만 불어난 이자 비용이 사업의 자금 흐름을 경색시키고 있다.

    #영남권에 신규 단지를 공급한 B건설사는 분양률 100%를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음에도 고민에 빠졌다. 집단대출을 해주기로 한 은행이 총 대출액의 절반만 취급하겠다고 통보해서 어렵사리 지방 은행을 섭외했는데, 금리 인상 압력까지 받아서다. 신규 분양 사업을 준비중이던 B건설사는 현재 이자 비용을 감당하는 것도 벅찬 상황이다.

    #충청권에 분양 사업장이 있는 C 건설사는 집단대출만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분양률 30% 조건으로 대출 협약을 체결했는데 조건을 달성하자 은행이 금리 인상과 대출취급수수료까지 요구해서다. C건설사는 지금도 은행과 대출 관련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집단대출 규제로 인한 건설사 분양 사업장의 피해 사업장 규모가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들은 은행이 양질의 사업장까지 대출을 거부해 사업 진행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들끓는 분위기다. 

    집단대출은 건설사의 보증으로 은행이 수분양자에게 개별 심사 없이 △중도금 △잔금 △이주비 등을 빌려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과잉 공급으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해 집단대출 규제에 들어갔다.  

    21일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집계된 대출 거부와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집단대출 규제 피해 사업장 규모가 7조3000억원, 4만7000가구에 달한다. 특히 정부가 은행권에 대출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할 것을 지시한 지난달 11일 이후에도 1조6000억원, 1만가구 규모의 사업장에서 대출 거부나 금리 인상 등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집단대출 규제를 시행하지 않겠다며 간담회까지 열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사업장 지역을 가리지 않고 협회에 집단대출 규제 피해를 호소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이자 비용 부담이 큰 중소형 건설사와 분양 시행사들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며 "통계에 잡히지 않은 피해는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 건설업계는 집단대출 규제가 분양 시장을 옥죄면서 수분양자의 부담까지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건설 현장 모습.ⓒ뉴데일리
    ▲ 건설업계는 집단대출 규제가 분양 시장을 옥죄면서 수분양자의 부담까지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건설 현장 모습.ⓒ뉴데일리


    건설업계는 집단대출 규제가 분양 시장을 옥죄면서 수분양자의 부담까지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출 금리 인상으로 건설사뿐 아니라 수분양자도 더 비싼 이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데다 은행 선정이 미뤄져 분양 일정이 연기되는 경우까지 있어서다. 

    또 건설업계는 집단대출 규제로 인해 선분양제도가 흔들리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분양제도는 건설사가 아파트 완공 전 분양가의 60%인 중도금을 수분양자에게 받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것이다. 건설사로선 집단대출이 어려워지면 사업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히는 셈이다.

    건설사들은 한목소리로 집단대출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D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분양 사업에서 자금 조달 등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브랜드 파워로 인해 기본 수요 확보도 쉬워 집단대출 규제의 피해가 크지 않다"면서도 "분양 사업장 하나가 잘못되면 회사 전체가 기울 수 있는 중소형사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E 건설사 관계자도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는 한마디로 이율배반"이라며 "수요자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게끔 하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편으로 규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대로 가면 저금리를 전제로 분양 사업을 계획한 건설사들이 큰 곤경에 처하게 된다"며 "이미 업체들의 불만이 많이 쌓였다"고 덧붙였다.

  • ▲ 건설사들은 정부가 겉으로는 집단대출 규제를 하지 않겠다면서 뒤로 은행을 통해 분양 물량을 조정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건설 현장 모습.ⓒ뉴데일리
    ▲ 건설사들은 정부가 겉으로는 집단대출 규제를 하지 않겠다면서 뒤로 은행을 통해 분양 물량을 조정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건설 현장 모습.ⓒ뉴데일리


    정부가 겉으로는 집단대출 규제를 하지 않겠다면서 뒤로 은행을 통해 분양 물량을 조정하려 한다는 불만도 나왔다. 

    F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은행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이제 총선이 끝난 만큼 건설 관련 단체들이 업계의 어려움을 대변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G 건설사 관계자도 "도시정비사업이나 지역주택조합사업 쪽은 대출이 쉬운데 신규 분양은 은행이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다"며 "결국 정부가 공급 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은행에 집단대출 규제 완화를 명확히 지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단대출 규제 때문에 수요자는 분양을 포기하고 건설사도 위축되고 있다"며 "은행이 집단대출 규제를 유연하게 시행하도록 정부가 행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