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살균제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초래한 옥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검찰의 칼끝은 주요 경영진들을 향하고 있으며, 피해 유가족들도 옥시를 상대로 대대적인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 뻣뻣한 옥시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옥시레킷벤키저(옥시) 관련 검찰 수사가 제품 개발·제조에서 판매 부문으로 옮겨가고 있다.이에 따라 RB코리아(전 옥시)의 외국인 전 대표 존 리(48)와 거라브 제인(47)이 곧 소환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검찰은 이들이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부작용에 대한 민원을 접수받고도 판매를 강행하거나, 사태가 불거진 뒤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르면 이번주 중 문제의 살균제가 한창 판매된 2000년대 중·후반 옥시 경영을 책임진 주요 외국인 임원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경영상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한 외국인 임원 7∼8명을 우선 소환 대상자로 분류했다. 이들은 사내이사나 대표이사로 재직해 회사 안팎 사정을 잘 아는 인물들이다.
특히 검찰은 미국 국적의 존 리 전 대표와 인도 출신의 거라브 제인 전 대표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계인 존 리 전 대표는 신현우 전 대표에 이어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5년간 옥시 최고 경영자로 일했다. 이 시기는 살균제 판매량이 가장 높았던 때로 피해 규모 역시 가장 컸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이다. 그는 현재 옥시 측이 제때 제품 수거 및 판매 중단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거라브 제인 전 대표는 존 리 대표의 후임으로 증거은폐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그는 2010년 5월부터 2년 동안 경영을 책임졌다.
검찰은 앞서 조사한 신 전 대표는 흡입독성실험을 제대로 하지 않고 제품을 개발·제조·판매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이들은 영국 옥시 본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유가족은 이미 영국 현지 법무법인과 소송 수임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소송 절차를 시작했다. 법무법인 측은 소송 제기 의사를 레킷벤키저에 통보한 뒤 3주 동안의 경과 기간이 지나면 영국 법원에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되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와 관련해 영국에서 다뤄지는 첫 번째 민사 소송이 된다.
형사 고발 가능성도 열려있다. 유가족들은 한국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영국 본사 이사진에 대한 형사 고발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