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노사, 격화된 갈등… '화해타임' 놓쳤나

대한항공 사측이 경영진을 비난하는 내용의 스티커를 붙인 조종사노조를 상대로 낸 고소를 취하하면서 노사간 '해빙 무드'가 조성되는 듯했지만 최근 관계가 재차 악화되고 있다.

사측의 고소 취하 이후 노조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했고, 사측은 조종사 노조위원장을 비행 지연 이유로 징계 내리며 노사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27일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 등의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가방에 부착하고 다닌 노조원 23명에 대한 고소를 일괄 취하했다.

당시 사측은 "조종사 노조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고소를 취하했다"며 단절된 관계를 정리하고 서로 소통하겠다는 뜻을 직접적으로 내비쳤다.

이에 업계에서는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다"며 "노사 간 물밑교섭을 통해 향후 공식적인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화해무드로 접어들던 노사간 갈등은 조종사 노조가 조 회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모욕혐의로 고소하면서 갈등이 재점화됐다. 사측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조종사 노조 또한 한 발 물러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고소장 접수를 강행한 것.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종사 노조의 고소와 관련 "회사는 조속히 대화의 장을 열어 노사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노조 집행부에서 대화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조종사 노조가 회사 경영층에 대한 고소조치를 취한 것은 회사에도 조종사 노조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 무책임한 행위"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이후 지난 11일 사측도 노조를 향해 다시 한 번 칼날을 겨누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이규남 노조위원장 비행 브리핑 시간을 고의로 지연시켜 비행 출발이 늦어지게된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 노조 위원장을 기장에서 부기장으로 강등 시키는 내용의 징계를 의결했다.

이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1일 오후 1시5분 인천발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KE905편 비행에 나섰지만, 브리핑 시간 지연에 불만을 품은 외국인 보조 기장과 마찰을 빚어 비행 운항이 45분가량 지연된 바 있다. 

조종사 노조 측은 "보조기장이 박차고 나가 비행 출발이 지연된 것이지 이 노조위원장은 준법투쟁을 전개한 것이다. 사측의 징계는 노조 위원장을 압박하는 부당행위"라고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할 뜻을 내비쳐 노사간 진통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노조가 사측이 내민 화해의 손길을 거절하면서 노사간 갈등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 등 그룹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강경노선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종사 노조가 사측의 화해 제스처를 무시한 행동은 사측의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독선과 불통"이라며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노조도 한 발 양보하며 경영위기 상황을 타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