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어깨 나란히 불구 '차별''초중고는 보호, 유치원은 홀대' 이중잣대… "어른들 일에 아이들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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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집이 코앞인데… 집회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위대. ⓒ최종희 기자.
"아이를 곁에 두고 일하기 위해 직장 어린이집에 맡겼는데, 요즘 농성장 노래를 따라 부르는 아이 때문에 어린이집을 옮길까 고민하고 있다."
"아이가 시위하는 모습을 무서워해 어린이집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수업 중에도 계속 거친 구호가 들려와 공부에도 집중할 수 없는 지경이다."
강남역 일대의 대표 업무지역인 삼성타운 내에서 일하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집회 탓에 혹여나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이들은 매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과격 집회 때문에 어린이들의 순수한 동심이 멍들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집시법과,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애꿎은 아이들만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다.
13일 관련 시민단체와 경찰에 따르면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학습권 제한을 우려해 초중고 학교 주변에서는 집회를 막고 있다. 그런데 집회 금지 장소에서 어린이집만 빠져있다.
집시법 8조 5항을 보면, 주거지와 학교, 군사시설 인근에서는 사생활 표현권이나 학습권 침해가 인정될 경우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를 할 수 있다.
이때 학교의 범위를 두고 집시법은 초중등교육법으로 보호받는 교육시설만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렇다 보니 유아교육법을 적용받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이처럼 초중고 학교와 차별 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어린이 교육시설 역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초중등교육법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러다 2004년에 법이 개정되면서 유아교육법이라는 새로운 법 아래로 이동했다.
당시 법 개정 취지는 국가 인적자원 관리체제의 기본 틀을 유아단계부터 체계화한다는 내용이다. 유아교육이 초중등 교육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린이 교육시설까지 집회 금지 장소에 포함시키면, 대기업을 상대로 한 집회를 벌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기업 내부에 위치한 직장 어린이집 때문에 집회 장소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그러나 법 논리가 아니어도 영유아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나 잘 안다. 우리의 미래인 영유아에 대한 교육이 정치적 논쟁 때문에 피해를 받길 원하지 않는다.
어린이의 동심을 짓밟는 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 이희범 사무총장은 "어른들 다툼에 아이들을 끌어들여선 안 된다"며 "학습권 차원에서 초중등 학교보다 오히려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더 중요한 교육기관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진영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전 대변인)는 "어린이집을 초중고 학교와 다르게 구별해야 하는 합리적 이유가 없다면 실질적 평등에 어긋난다"며 "관련 피해사례가 상당히 모아진다면 20대 국에서 법 개정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