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은 이미 설립…현대미포 등 그룹사도 설립 움직임
  •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사에서 구조조정 타깃이 된 사무직 근로자들이 노조를 설립했거나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노조 가운데 19년 연속 파업 없이 노사협상을 타결한 현대미포조선 노조가 사무직 노조 설립에 적극적 나서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20일 "회사의 구조조정을 과감히 거부하고 과장급 이상의 사무직 노조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해왔던 이 회사에서 생산직 노조가 공개적으로 사무직 노조 설립을 주창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노조측은 "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회사가 구조조정에 목숨을 걸고 있다"며 "현재 가라앉은 조직력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룹 방침대로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껏 '충성한 죄'밖에 없는 과장급 이상 관리자는 일회용품이 아니다"며 희망퇴직 접수 백지화를 촉구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힘스, 현대E&T 등 5개 회사에서 9일부터 20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한다.

    그룹은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직원에게 최대 40개월의 기본급과 자녀학자금 등을 지급할 예정이다.

    그룹 차원의 희망퇴직 및 구조조정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자 먼저 사무직 노조를 설립한 현대중공업 등에 노조 설립을 위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현대중공업 사무직 노조(일반직지회)에는 최근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계열사에서 사무직의 노조 설립에 대한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해 1월 과장급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는 회사의 방침이 나오자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처음으로 사무직 노조가 생겼다.

    우남용 사무직 노조위원장은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계열사 관리자들이 노조 설립을 문의하고 있다"며 "사무직 노조를 설립하려면 행동에 옮기겠다는 관리자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 설립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노사협상에서 사무직이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지 않는 '승진 거부권'을 회사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고용불안을 막기 위해 노조의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때문이다. 대리로 있으면 조합원 자격이 유지돼 고용안정을 꾀할 수 있고, 노조는 조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지역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조 울타리 안에 있어야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 같은 구조조정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사무직이 노조를 설립하거나 승진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