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사우디·볼리비아·쿠웨이트·스리랑카서 협약국내신도시, 해외서 롤모델로 통해
  • ▲ 올해 해외신도시 건설 관련 협약 체결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한화건설이 짓고 있는 이라크 비스미야 신도시 현장 모습ⓒ한화건설
    ▲ 올해 해외신도시 건설 관련 협약 체결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한화건설이 짓고 있는 이라크 비스미야 신도시 현장 모습ⓒ한화건설


    올해 상반기 해외 신도시 협약 체결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해외 신도시 개발 성공을 위해 민관 협력을 강조했다. 플랜트에 편중된 해외건설 구조가 바뀌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스리랑카 수도권개발부와 콜롬보 수도권 신도시 개발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국토부는 콜롬보 신도시 내 9개 사업 중 수익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는 호마가마·마라베 과학기술도시와 카투나야케 공항배후도시 주택단지 개발에 우선 협력할 계획이다. 3개 프로젝트 사업비는 95억5000만달러다. 

    MOU 체결 후 열린 비즈니스 간담회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산업개발 △코오롱글로벌 △건영 등이 참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토지개발공사(LH) 해외도시개발지원센터를 통해 스리랑카 신도시 관련 정보를 건설사에 제공해왔다"며 "추후 스리랑카 정부의 재정 조달 방안 확정 등 개발 절차가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우건설과 한화건설은 지난 3월 사우디 주택부와 총 사업비 200억여달러에 이르는 알푸르산 신도시 개발 MOU를 맺었다. 동월 LH는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신도시 개발 자문에 참여하기로 했으며 이달 초에는 쿠웨이트 사우스 사드 알 압둘라 신도시 건설 MOU를 체결했다.

    이처럼 해외 신도시 협약이 잇따라 성사된 이유는 개발도상국들이 국내 신도시를 본보기로 여기고 있는 데다 건설사의 신도시 개발 경험과 주택·산업단지 시공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200만가구 건설 등을 내걸고 빠른 속도로 국내에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건설사들도 노하우가 쌓였다"며 "개발도상국들이 우리 경제 성장을 배우고자 하는 열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대우건설이 만들고 있는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는 분당신도시가 모델이다. 국내에서 송도국제도시를 개발 중인 포스코건설은 베트남판 송도국제도시인 스플랜도라 신도시를 건립하고 있다. 이번 콜롬보 신도시 MOU에서도 스리랑카 정부가 호마가마·마라베 과학기술도시는 대덕연구단지, 카투나야케 공항배후도시는 영종하늘도시를 염두에 뒀다는 후문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도시에 인구가 몰리고 있어 국내 건설사로선 해외 신도시 사업을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최근 발표된 유엔 해비타트 보고서를 보면 2030년에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도시에 거주하게 된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도시 개발 관련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외 신도시 건설이 보증수표는 아니다. LH와 국내 건설사들이 맡았던 △아제르바이잔 신행정도시 △알제리 부이난 신도시 △가나 아크라 신도시 프로젝트 등의 경우 답보 상태이거나 정치 환경 변화로 사업이 무산됐다. 모든 해외 사업에서 시장 외 변수를 무시할 수 없지만 공사 기간이 긴 신도시 건설의 경우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이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해외 신도시 사업이 성공하려면 민관 협력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신도시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분당신도시를 해외에 만드는 수준으로는 수익성이 부족하며 최신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시티 등 특색 있는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려면 정부, 공공기관, 건설사가 사업모델 구축과 시공 등 전 과정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교언 교수도 "해외 신도시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선 법과 제도 등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며 "국내와 법이 달라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정부가 도와주고, 해외건설 금융 지원 규모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회에 해외건설에서 사업 다각화가 본격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살펴보면 현재 시점으로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127억달러로 지난해 동기간보다 100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특히 플랜트는 148억달러에서 62억달러로 줄었다.  

    김영덕 연구위원은 "플랜트 중심 구조로는 국내 건설사들이 더는 해외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해외 신도시 협약이 이어지는 올해 건설사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한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유가가 100불 정도 됐을 때는 플랜트 발주가 충분해 건설사들이 사업 다각화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했다"며 "갈수록 협소해지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 건설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사업 다각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