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력서리 고객의 소비 변화, 고급차 시장 틈새 생겨고급차 시장서 성공하기 위한 지속적 세부전략 필요
  •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에서 여섯번째)이 제네시스 EQ900 론칭 행사장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에서 여섯번째)이 제네시스 EQ900 론칭 행사장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현대차가 고급차 시장에 진출한 것은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최근 들어 럭셔리 제품을 소비하는 고객층이 달라지면서 양산차(대중) 브랜드도 새로운 럭셔리 고객의 소비 특성을 이해하고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특히 고급차 시장이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지금이 최적기라고 판단한 것. 여기에 정몽구 회장의 세계 최고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돼 제네시스라는 고급 브랜드가 탄생했고, 조기에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제네시스 탄생 배경에는 럭셔리 소비 트렌드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배정희 딜로이트컨설팅 전무는 “럭셔리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며, 새로운 고객은 기존 고객과는 다른 매력에 이끌리고 있다”며 “새로운 브랜드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 럭셔리 고객들은 크게 3가지 특징을 갖는다. 우선 젊고 혁신적이다. 물질적 결핍에 대한 두려움이나 보상심리가 적고, 새로운 변화에 대한 수용과 적응이 빠르다.

     

    또 현재의 만족과 미래의 가능성을 여는 새로운 창조에 더 의미를 부여한다. 즉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새로운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추구한다. 기존에 명품과 유행은 함께 어울릴 수 없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명품도 유행을 타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뉴 럭셔리 고객은 자아표출과 자기만족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남들이 나의 경제력을 알아주기 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가치를 즐긴다. 단순히 프리미엄한 이미지에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 그에 상응하는 효용가치를 기대한다. 때문에 양산차 업체들이 고급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런 소비 변화를 잘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배 전무는 “양산차(대중 브랜드) 업체는 합리적인 가격에 프리미엄 성능과 품질, 내구성을 모두 갖추고 혁신적인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며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UX, 간결하고 현대적인 디자인과 커스터마이징 요소가 도입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흐름속에서 고급차 강자인 BMW는 친환경차 브랜드인 'i'를 선보였다. 대중 브랜드인 시트로엥은 새로운 고급 브랜드 DS를 론칭했고, 현대차도 제네시스를 내놨다. 뉴 럭셔리 고객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고급차 시장의 변화, 기존 양산차와 차별화가 관건

     

    이처럼 시트로엥이나 현대차가 최근 들어 고급차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급차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다. 높은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의 철옹성을 깨기 위해 일본업체들이나 비독일 유럽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수안 올리버와이먼 컨설턴트는 고급차 시장 변화에 대해 “지역별 고급차 판매 차별화, 밀레니엄 세대가 핵심 구매층으로 부상, SUV 선호 확대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미국과 중국시장의 성장은 고급차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비독일 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밀레니엄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등장하면서 고급 소형 승용차판매가 증가하게 됐고, ICT를 접목한 기술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면서 고급차 시장에서도 SUV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고급차 판매 중 SUV 비중이 2010년 28%에서 2015년 37%까지 상승했을 정도다. 이에 따라 양산차 업체는 고급차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특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 컨설턴트는 “브랜드 출시 초기에 품질, 주행성능, 고객 경험 등의 측면에서 기존 양산 브랜드와는 차별화되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립하는 게 관건”이라며 “이 모든 세부전략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양산차 업체의 고급차 시장 진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것

     

    현대차도 이런 소비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양산차 브랜드의 염원이던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제네시스를 선보이게 된 것이다.

     

    현대차 측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고급차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 추가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명차 브랜드를 육성해 세계 유수의 브랜드와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보다 당당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네시스와 현대차 브랜드간 강력한 시너지를 바탕으로 현대차의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제네시스 첫 모델인 EQ900이 대형 고급차 시장에서 수입 경쟁모델들과 동등한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보여 준 만큼 향후 출시되는 신차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디자인·마케팅·고성능 등 뉴 력서리 타깃 공략

  •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오른쪽)이 제네시스 EQ900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오른쪽)이 제네시스 EQ900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특히 제네시스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디자인 강화가 유독 눈에 띈다.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가 합류해 현대디자인센터 안에 신설한 별도 조직 '프레스티지디자인실'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상엽 전 벤틀리 디자인 담당을 영입했다.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온 범블비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이상엽 상무는 현대디자인센터장 루크 동커볼케 전무와 함께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전략과 방향성을 수립하게 된다. 또 두 브랜드에서 개발하는 모든 차의 내∙외장 디자인, 컬러, 소재 등 전 영역에 걸쳐 디자인 혁신을 주도할 예정이다.

     

    제네시스만의 전략수립 인재도 눈길을 끈다. 람보르기니에서 브랜드를 총괄했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신임 전무가 '제네시스전략팀'을 맡아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6종의 라인업으로 구성될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담 조직인 별도의 '상품기획팀'을 새롭게 출범, 제네시스 브랜드에 특화된 상품 개발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고객들이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충성심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판매, AS 등의 고객 접점 채널에서도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고성능을 향한 체계적인 기술개발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BMW의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인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영입했다. 고성능차 개발과 함께 주행성능, 안전성능, 내구성, 소음진동(NVH), 차량시스템개발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역시 뉴 력서리 고객층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개최된 프랑크프루트 모터쇼에서 '고성능 브랜드 N'의 방향성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앞으로 선보이게 될 현대차 N 고성능차량은 글로벌 연구개발 중심인 '남양연구소'에서 개발 및 기획된다. 여기에 모터스포츠를 통해 수립된 엄격한 평가기준에 의거해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주행 코스로 유명한 '뉘르부르크링'에서의 치열한 검증과 단련을 통해 탄생할 예정이다.

     

    향후 출시될 제네시스의 신차들은 이러한 고성능 기술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가치에 운전의 재미를 더해 세계시장에서도 고급 브랜드의 차들과 당당히 겨루게 된다.

     

    현대차는 새로운 소비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고급차 시장의 특성을 파악해 차별화된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선보였다. 이를 꾸준히 추진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재 영입, 기술 개발 등도 진행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