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천TEU 컨테이너船 10척 건조 지원 현대상선·한진해운 10% 자부담해야
  • ▲ 현대상선.ⓒ연합뉴스
    ▲ 현대상선.ⓒ연합뉴스

    정부의 선박 신조 펀드는 해운업계 구조조정과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극적으로 회생한 후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데 견인차 구실을 할 전망이다. 선박펀드는 이르면 오는 8월 이후 본격 운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채권단 지원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제3 국제해운동맹(THE 얼라이언스) 편입이 발등의 불인 현대상선은 선박펀드를 통한 컨테이너선 확보 카드가 해운동맹 회원사를 설득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8일 정부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보완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내용에는 해운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장기 방안으로 해운 전문가를 CEO(최고경영자),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선임하는 경영진 교체와 함께 선박 신조, 낡은 선박 정리 등의 영업 경쟁력 확보 방안이 포함됐다.

    선박 신조는 지난 3월 마련한 12억 달러(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0척을 건조할 수 있는 규모의 선박펀드 조성을 승인한 상태다.

    해양수산부는 현대상선의 경우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선박 건조를 발주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중으로 해운동맹 편입을 위한 회원사 동의서를 확보하면 7, 8월에는 채권단 자율협약에 따라 출자전환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지분구조 개편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용선료(선박 임차료) 인하 협상이 마무리되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5309%에서 연말까지 226% 안팎으로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선박 펀드를 지원받으려면 기업의 부채비율이 400% 이하여야 한다.

    선박펀드는 선사가 10%(1400억원)를 자부담하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30~40%를 지원하고 나머지 50~60%는 건조할 선박을 담보로 시중은행 등 일반투자자로부터 조달하게 된다. 이때 보증은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맡는다.

    해수부 관계자는 "금융위는 앞으로 수요를 보아가며 펀드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으로 대상 선종도 컨테이너선을 시작으로 다양화한다는 구상"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확대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선박펀드는 애초 1만3000~1만4000TEU급 선박 건조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하기로 한 만큼 실질적으로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두 업체만 신청할 수 있다. 해수부는 선사별로 배정된 지원 척수나 지원규모는 없다고 설명했다. 건조에는 1~2년이 걸리므로 배를 빌려 쓰는 시기는 이르면 오는 2018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 한진해운.ⓒ연합뉴스
    ▲ 한진해운.ⓒ연합뉴스

    선박펀드는 해운업계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됐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해운업계 구조조정과 연계해 초대형 선박이나 벌크 화물선 등 다양한 선박을 발주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새로운 형태의 펀드 조성을 언급했다. 펀드를 조성해 초대형 선박을 발주하되 펀드가 선박의 소유권을 갖고 국적 선사에 배를 빌려주는 나용선(선박임대차·BBC)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국적 선사들이 선박 발주비용을 부채로 떠안지 않아 금융비용과 사업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호황기에 선박을 비싸게 발주하고 불황기에 헐값으로 파는 악순환도 끊을 수 있다.

    다만 펀드 지원은 기업이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출 때만 지원한다는 조건이어서 그동안 부채비율이 높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선박펀드는 아직 제3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못한 현대상선의 편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해운동맹의 동맹 기간이 장기화하는 추세인 가운데 초대형 선박을 안정적으로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회원사 설득에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선박펀드 운용은 수주 절벽인 조선사에도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어 해운사와 조선사 모두에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