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최대 선주 조디악, 현 회장 편지 후 입장 선회 김문희 여사와 총 300억 사재 출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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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의 1등공신으로 꼽힌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 회생의 관건인 선박 임대료인 용선료 협상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지난달 23일께 직접 에얄 오퍼 조디악 회장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용선료의 70%를 차지하는 컨테이선의 대표 선주인 조디악은 협상 초기 부정적인 입장으로 일관했다.지난달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현대상선과 함께 다나오스 등 선주사를 서울로 초청, 용선료 인하에 따른 '회생 시나리오'을 상세히 밝힐 정도로 공을 들였으나 조디악은 이 초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당시 용선주 초청 담판 협상이 물거품이 되면서 채권단 일각에서는 "이대로 협상이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때 조디악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현 회장의 편지였다.현대그룹과 오랜 유대관계를 맺어온 조디악은 현 회장 편지 이후 사뭇 다른 입장을 보였다.현 회장은 이메일로 보낸 편지에서 "조디악은 현대상선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힘을 빌려준 든든한 친구였다"면서 "나는 대주주에서 물러나지만 현대상선을 꼭 도와주길 바란다"고 간절한 입장을 전했다.오퍼 회장은 이 이메일을 읽은 뒤 거꾸로 현대상선에 '재협상'을 요청했고 이후 협상이 급진전됐다는 게 채권단과 현대상선의 설명이다.현대상선은 현 회장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현 회장의 부친이 현대상선의 토대가 된 신한해운을 설립한 현영원 전 현대상선 회장이다. 현 회장은 지난 2월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어머니 김문희 여사와 함께 300억원의 사재를 내놓기도 했다.현 회장이 편지를 보낼 당시 이미 경영권은 채권단에 넘어간 상태였으나 마지막까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편지를 쓴 것이다. 협상팀은 이 편지를 두고 '눈물의 편지'라고 부른다고 한다.현대상선은 향후 용선료 인하분 절반은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2022년부터 5년 간 나눠서 지불하게 된다. 현대상선은 이로써 용선료 지출을 연간 1500억원, 향후 3년 6개월 간 5300억원 줄이게 됐다.만약 용선료 인하에 실패했다면 채권단은 자율협약을 파기하고 지원을 종료한다는 계획이어서 법정관리가 유력한 상황이었다.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 타결로 제3해운동맹인 THE얼라이언스 합류 전망도 밝아졌다. 정부는 현대상선이 해운동맹까지 마무리되면 적극적으로 선박펀드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KDB산업은행은 10일 오후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최종 타결 결과를 발표했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폭은 컨테이너 선주사들과 20% 수준, 벌크선주사들과 25%대에서 합의를 이뤄냈다.
산업은행은 "6월까지 모든 선주사들과 본 계약 체결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현대상선은 지난 2월부터 용선료 협상을 벌여왔으나 전체 용선료의 70%를 차지하는 조디악 등 컨테이너선 선주들과 협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