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섯 평 남짓 좁은 매장에 수십가지 제품 다다다닥… 손님·직원 모두 '멘붕'스마트폰 없고, TV-건전지-밥솥-멀티탭 등 전파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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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희 기자.


    "갈수록 제품 가짓수가 늘어 우리도 정신이 없습니다. 반값 만물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중국의 IT 공룡 샤오미가 지난 주 국내에 처음으로 제품 홍보관을 열었다고 해서 지난 11일 아침 직접 매장을  찾았다.

    매장 안팎은 구경을 나온 사람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샤오미의 높아진 유명세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장 내부에 들어서자 눈을 의심할 만큼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매장 크기가 대여섯 평 남짓에 불과했다.

    비좁은 공간에는 10가지가 넘는 제품들이 다닥다닥 붙어 전시돼 있었다. 손님 열댓명만 모여도 붐빌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인파를 뚫고 조금 더 매장을 둘러봤다. 시간이 흐를수록 샤오미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찾기 힘들었다.

    공기청정기, TV와 같은 굵직굵직한 제품들은 그렇다고 쳐도, 일회용 건전지와 차량용 충전기, 멀티탭 등 문방구와 편의점에서나 팔 법한 물건들이 계속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품목도 지나치게 다양했다. 여행용 가방에서 메트리스, 공기청정기, 가습기, 밥솥 등 IT 전문 매장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밥솥과 공기청정기는 이번 달 말쯤 정식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TV는 7월은 돼야 판매가 가능하다는 게 매장 직원의 설명이다. 지금은 전시돼 있지 않지만 정수기도 조만간 팔 계획이다.

    도대체 샤오미가 안 파는 품목이 무엇인지 고개가 저절로 갸우뚱거려졌다. 매장 직원은 "샤오미는 다른 기업을 인수해 자신의 상표를 붙이는 방법으로 제품 구성을 다양하게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문어발식 품목 확대는 가게 손님은 물론 안내 직원들까지 혼동에 빠뜨렸다.

    한 직원은 "워낙 여러 제품을 팔다보니 우리도 (제품 설명이) 힘들다"며 "이 매장은 반값에 물건을 파는 만물상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보통 '문어발 정책'이라고 하면 골목 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지만, 샤오미의 경우 넘쳐나는 제품 가짓수 탓에 매장이 터져나가지 않을까 먼저 걱정해야 할 판이다.

    과도하게 많은 가짓수는 소비자 선택을 오히려 쉽지 않게 한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신 모씨(38세·남)는 "가격은 대부분 경쟁사 제품보다 두 배 넘게 싼 것 같다"면서 "그런데 종류가 너무 많아 뭘 사야할 지 모르겠다"고 고민했다.

    샤오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매장에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샤오미의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과 애플, 화웨이에 이어 4위였다.

    또 다른 직원은 "한국 정부에서 인증을 내주지 않아 판매가 지연되고 있다"며 "언제 매장에 선보일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