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월세전환 안 해?" 쇠말뚝·쇠사슬 10개월 간 박아놔상가임대차보호법·오표시무해의원칙 따라 세입자 구제될 듯
  • 세입자를 강제로 내쫓으려다 '갑(甲)질' 논란에 휩싸였던 LG방계 3 구본호(41) 레드캡투어 최대주주가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세입자에게 똑같이 막말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 역시 대리인을 통해 이뤄졌다.

    구본호 최대주주와 제보자 오유미(45) 씨 간 악연은 2015년 초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 씨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 K빌딩 6층 점포를 보증금 5000만원에 부과세를 포함해 월임대료 300만원씩을 내고 헬스클럽을 운영 중이었다.

    오 씨는 "2014년 6월 임대차계약 때 건물주인 김모(77) 씨가 월 300만원에 계약을 하면서도 300만원 플러스 관리비를 내야하는 업계약서와 143만원 다운계약서 두 장을 요구했었다"며 "왜 이렇게 하느냐고 묻자 '세금을 덜 내기 위해 그런다.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 임대료나 제때 내라'고 하길래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되뇌었다.

  • ▲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세입자 오모 씨가 지난 1년 간 구본호 대리인 성모 씨로부터 들었던 막말과 함께 부당행위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 박지영 기자
    ▲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세입자 오모 씨가 지난 1년 간 구본호 대리인 성모 씨로부터 들었던 막말과 함께 부당행위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 박지영 기자

    6개월 간 매월 말일 자에 임대료 300만원씩을 입금해 오던 오 씨. 그러던 중 2015년 1월 문제가 발생했다. 건물주가 새로 바뀐 것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현모(47) 씨와 미합중국인 베네트구(41)는 지난 2015년 1월26일 공동명의로 지하 1층~지상 6층짜리 철근콘크리트건축물 K빌딩을 68억원에 사들였다. 베네트구의 한국식 이름은 구본호다.

    오 씨는 "세입자들 사이서 건물주가 바뀌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예상했던 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새 건물주 대리인인 성모(41) 씨가 찾아와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월 임대료 423만5000원이 적혀있었다. 

    이에 오 씨는 준비했던 계약서 두 장과 함께 그간 이체해 왔던 확인증을 보여주며 "둘 다 실제 계약금액과 맞지 않지만 그동안 관리비를 포함해 월 300만원씩 입금한 내역이 있다"면서 계약서를 다시 써주길 바랐다.

    오 씨 측은 "423만5000원이면 기존보다 무려 46%나 오른 금액이라서 거부하자 성 씨가 '그러다 맞지 말고요'라며 강압적 태도를 보였다"고 진술했다. 오 씨 측에 따르면 성 씨는 키 180㎝의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다.

    이와 관련 성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오 씨 측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4층 복싱관장이나 3층 당구장 주인께 물어보면 안다. 성격상 누구한테 욕을 못한다. 다른 세입자 분들과도 형·동생하며 지내는 사이"라고 해명했다. 

    갑질논란이 예상되는 건 비단 막말의혹 뿐 아니다. 무리하게 세입자를 몰아내는 듯 한 행태도 문제다. 

    K빌딩 1~2층에 입점해 있는 맥도날드는 임대기간이 만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구 씨 측으로부터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달라는 터무니없는 얘기를 들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건물주는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전엔 정당한 사유가 없을 시 임대계약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맥도날드 측이 거부의사를 밝히자 돌아온 건 업무방해였다고. 구 씨 측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맥도날드 매장 앞 출입문에 쇠말뚝과 쇠사슬을 걸어 영업하는데 훼방을 놨다. 현재 양 측은 이 건으로 법정다툼 중이다.

  • ▲ 구본호 빌딩으로 알려진 서울 성동구 행당동 K빌딩 전경. 세입자 측에 따르면 구 씨는 맥도날드 측에 월세전환을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10개월 간 쇠물뚝을 박아 업무를 방해했다. ⓒ 제보자 오모 씨.
    ▲ 구본호 빌딩으로 알려진 서울 성동구 행당동 K빌딩 전경. 세입자 측에 따르면 구 씨는 맥도날드 측에 월세전환을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10개월 간 쇠물뚝을 박아 업무를 방해했다. ⓒ 제보자 오모 씨.

    오 씨 또한 현행법상 '오표시무해의 원칙'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새 건물주는 세입자와 전 건물주 사이 임대차계약을 그대로 승계해야 한다"며 "오 씨와 전 건물주 간 계약내용은 표시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실질적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렇다면 실질적 합의는 뭐로 확인할 수 있느냐, 실질적 합의내용"이라며 "423만5000원인 계약서 보다 오 씨가 전 건물주에게 매달 300만원씩 낸 그 입금내역이 더욱 더 중요한 입증자료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 재계 호사가는 "세입자들에게 막말을 하고, 영업을 방해한 것은 구 씨 대리인이지만 이 또한 윗사람 지시 없인 가능했을 리 없다"며 "또한 주변에 변호사가 몇인데 이러한 법령을 모르진 않았을 것. 뭔가 마음에 안드는 게 있어서 내쫓으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