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사업 투자 부진, 실적 악화 등 부작용 잇따라대규모 인수합병에서 오너십 발휘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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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공식화하면서 사면 대상 기업인에 누가 포함될지 재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광복 71주년을 맞이해 국민들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너리스크'가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이목이 집중된다.

실제로 CJ그룹의 경우 이재현 회장의 경영공백으로 길어지면서 주요 사업 추진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계열사를 통해서 추진돼 왔던 인수합병이 오너부재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물거품이 돼 가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2013년 7월 조세포탈 및 횡령·배임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하지만 만성 신부전증을 앓던 그는 구속된 상태에서 혈연관계가 아닌 부인 김희재씨의 신장을 이식받았다. 수술 이후 면역체계 거부 반응과 부작용 등으로 건강이 더 악화됐다.
 
지금까지 8차례 구속집행정지를 연장해왔다. 오는 21일 구속집행정지가 만료돼 이 회장 측은 지난 7일 다시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서를 대법원에 냈다.  

◇CJ, 오너리스크 심각.. 추진 중이던 사업 '빨간불'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오너의 부재로 대규모 투자 집행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CJ그룹은 지난해 동부팜한농, 동부익스프레스, 대우로지스틱스, 동양매직 ,티켓몬스터 등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모두 발을 뺐다. M&A시장의 대어로 불렸던 코웨이 인수전도 결국 무산됐다. 

또한 CJ대한통운의 싱가포르 물류기업 ALP로지스틱스 인수와 CJ CGV의 인도 극장 기업, CJ제일제당의 중국 라이신 생산업체 메이화성우 인수 등도 모두 무산되거나 포기 수순을 밟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에는 공들여 작업했던 매화그룹 인수마저도 무산됐다. 지난주 CJ헬로비전 매각도 물거품이 되면서 그룹 전체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잇따른 M&A무산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장기 부재에 따른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로 해석하고 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기 전인 2012년에 2조9000억원을 투자 예산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구속으로 그룹의 투자는 점차 축소됐고 2013년 2조5600억원, 2014년 1조9000억원으로 투자규모가 점차 줄었다. 지난해는 아예 투자계획을 발표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투자 축소는 결국 인수합병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공들여 왔던 M&A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기업의 오너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결과가 이어진 셈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아무래도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줄 오너가 부재한 상황이라, 중장기 전략 수립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5일에는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으로서 경영을 맡아온 손경식 회장이 폐암수술을 받았다. 그나마 오너 일가였던 손 회장마저 건강 문제로 경영에 공백이 생기게 된 것이다.  

◇재계 "오너리스크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큰 손해"

굵직한 인수 합병에 재동이 걸리자 재계 안팎에서는 총수 리더십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총수 중심의 투자 경영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 부재로 인해 중요 의사 결정이 지연되거나 신규사업 투자 부진, 실적 악화 등의 부작용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어느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손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하고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제공돼야 하는데 오히려 현실은 그 반대"라며 "경제가 어려운 만큼 이번 대통령 특별 사면에 기업인들이 대거 포함돼 경제 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수감 중인 주요 기업인들로는 이재현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등이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4년 수감생활을 마쳤지만, 아직 집행유예 기간 중이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탈세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고령 등의 이유로 불구속 기소 상태다.
 
이외에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도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