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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가 본격적으로 규모의 경제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투자자에게 고수익을 약속하는 한편 만약 손실이 나더라도 막강한 자기자본으로 이를 보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 선순환구조가 조성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5조 수준의 자기자본을 갖춘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덩칫값' 부합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우선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일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내놓은 '베트남 랜드마크72 자산유동화(ABS)' 상품이 예비청약 이틀 만에 모집액 2500억원을 채웠다.
증권사가 이자 지급이 보증되는 선순위대출 ABS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6개월에 연 4.5%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출시부터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에셋증권이 이번에 판매한 베트남 랜드마크72 자산유동화(ABS) 상품은 인수 거래에 선순위 대출 3000억원, 전환사채(CB) 1000억원 등을 통해 4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선순위대출 금리는 연 6%다.
6%의 수익 중 1.5%를 미래에셋증권이 가져가고, 나머지 4.5%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투자자산인 랜드마크72 빌딩의 청산가치가 3000억원 이상이면 우선적으로 3000억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다만 6개월의 투자 만기 도래 이후 개인투자자들에게 원금과 함께 보장 이자분(약 56억원)을 돌려줘야 하는데 만약 청산가치가 3000억원 미만이면 이자를 미래에셋증권이 부담해야 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미래에셋대우와 합병 이후 자기자본 5조8000억원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에셋증권의 부담은 크지 않다.
투자 노하우에 막강한 자본력이 더해지면 위험을 다소 감수하더라도 투자자(고객)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만한 상품을 꾸준히 선보일 수 있고, 재투자까지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이나 펀드, ELS와 같은 파생상품 외에는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없을 뿐 아니라 만족할 만한 수익도 기대할 수 없는 환경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상품에 투자금이 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래에셋증권이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만큼 공격적이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수단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4조6000억원 수준의 자기자본을 가진 NH투자증권도 규모의 수혜를 누리기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사모펀드 운용업 겸영을 허용하자 증권사 중 처음으로 사모펀드 운용업 겸영을 신청하고, 헤지펀드 운용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NH투자증권의 헤지펀드 진출은 기존의 주 수익원이었던 위탁매매 수익이 악화됨에 따라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 NH투자증권에서 자기자본으로 수익을 내는 부서인 Prop trading본부(프랍 트레이딩본부)는 최근 5년간 평균 1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헤지펀드 운용 시작 단계에서 모험보다는 위험부담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매년 투자규모를 늘리면서 최종적으로는 자기자본 비율을 최소 30% 이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헤지펀드 운용 문턱을 낮춰 다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헤지펀드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오랜시간 사업을 준비해 온 NH투자증권 입장에서는 맥이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NH투자증권이 갖고 있는 막강한 자본력은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헤지펀드를 통한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최소 수천억원의 투자여력이 있는 증권사가 움직여야 하는 만큼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갖춘 NH투자증권이 헤지펀드 시장에서 안정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