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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가 조경민 오리온 전 사장으로부터 1500억원대의 민사 소송에 휘말렸다. 오리온 측은 "조 전 사장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어떠한 증거도 없다"며 이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오리온측은 28일 아직 정식으로 소장을 받은 상태가 아니라며 "언론을 통해 밝혀진 내용은 조 전 사장의 일방적 주장만 있는 상황일 뿐"이라며 "향후 상황을 지켜본 뒤 변호사 선임 등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담 회장 부부가 그러한 약속을 했다면 스톡옵션이나 계약서 등 문건이 있어야 하지만 구두로 10%를 주기로 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증거나 증인도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 주장만으로 소송을 거는 것은 명백한 언론플레이라는 입장이다.
조 전 사장과 과거 함께 일했던 오리온의 한 고위 경영진은 "담 회장이 지분 상승분의 10%를 조 전 사장에게 주겠다는 내용에 대한 문건은 말할것도 없고 구두로라도 그런 뉘앙스의 말조차 들은적이 없다"면서 "갑자기 왜 이런 소송을 제기했는지 황당할 따름"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지난 2012년 오리온에서 퇴사한 조 전 사장은 1992년 회사를 떠나려고 했지만 담 회장 부부가 업무를 맡아달라고 했고 그 과정에서 오리온 지분 상승분의 10%를 자신에게 주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1만5000원이던 오리온 주가가 93만원까지 올라 담 회장 부부가 1조5000억원의 이익을 봤고 그 중 10%인 1500억원이 자신의 몫이지만 담 회장 부부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조 전 사장은 지난 22일 담 회장 부부를 상대로 서울부부지법에 200억원의 약정금 총구 소송을 제기했다. 심리는 북부지법 민사13부(조양희 부장판사)가 맡을 예정이다.
조 전 사장은 약 28년여간 오리온에 근무했으며 2011년 배임·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2012년 오리온에서 퇴사했다. 퇴사 직전 그는 오리온 그룹 전략 담당 사장으로 근무했다.
조 전 사장은 스포츠토토를 비롯한 5~6개 오리온 계열사 임직원 급여를 과다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 등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기소돼 2012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조 전 사장은 김 모 부장과 공모해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스포츠토토 등 계열사 임직원들의 급여, 상여금 등을 정해진 액수보다 많이 지급한 뒤 차액을 빼돌려 50억원 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했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조 전 사장의 친형이 운영하는 업체 여직원의 급여 1억7000만원을 스포츠토토 온라인에서 지급토록 한바 있다. 형이 운영하는 업체 4곳에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약 15억원을 허위발주하고 납품가를 과다계상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오리온은 지난해 6월까지 스포츠토토를 운영했고 사업권이 종료되면서 현재는 관련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 퇴사 당시 조 전 사장이 횡령 등으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것은 물론 좋지 않은 일로 퇴사하면서 회사로부터 '꼬리자르기'를 당했다는 앙심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면서 "가장 큰 목적은 돈이겠지만 증거나 증인 등 소송의 여건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전형적인 오너 흠집내기로 보여진다"는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