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차 과세기준 강화 영향… 아우디·벤츠 판매 40∼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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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막대한 절세 혜택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던 수입 법인차 판매가 올 상반기에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억원이 넘는 고가 수입 법인차 판매가 25%나 줄었다.
업무용차 과세 기준 적용 반년 만에 '비싼 수입차가 잘 팔리는 시대는 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차의 전체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11만6749대에 그쳤다.
이같은 수입차 판매 감소는 법인차가 이끌었다.
수입차의 개인 판매는 올 상반기 7만6051대로 전년 동기 6.4% 늘면서 꾸준한 판매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수입차 법인 판매는 15.8% 감소한 4만698대에 그치면서 개인 판매 증가분을 상쇄했다.
이에 따라 수입차 전체 판매에서 법인차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40.3%에서 올해 상반기 34.9%로 5.4%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수입 법인차 판매 중 1억원이 넘는 고가 차량의 판매 감소가 두드러졌다.1억원 미만의 수입 법인차는 3만3391대가 판매돼 13.3%가 줄어든 반면 1억원이 넘는 수입 법인차 판매는 올해 상반기 730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5%가 감소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1억원이 넘는 고가 수입 법인차 판매가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며 전체 수입차 판매를 견인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고가 수입 법인차 판매 감소는 더욱 도드라진다.
또한 고가 수입 법인차 판매가 감소함에 따라 1억원이 넘는 수입차 중 수입 법인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하락했다.
작년 상반기 전체 수입차 중 1억원이 넘는 차 1만2117대 중 수입 법인차는 9804대로 80.9%를 차지했으나, 올해 상반기는 1억원 이상 수입차 9763대 중 수입 법인차는 7307대로 74.8%를 차지하면서 비중이 6.1%포인트 하락했다.
이같은 현상은 '무늬만 업무용차'로 고가 수입차를 등록하는 사례가 점차 줄고 있음을 의미한다.
업체별 법인차 판매 현황을 보면 1억원 이상 법인차 판매가 가장 많이 감소한 브랜드는 아우디였다.
아우디는 지난해 상반기 법인차 판매 중 1억원이 넘는 차를 798대 팔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이보다 51.6% 줄어든 386대를 파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벤츠 역시 1억원 넘는 법인차 판매가 5438대에서 3319대로 39.0% 줄었고, 포르셰도 675대에서 526대로 22.1% 감소했다.
이처럼 수입 법인차 판매가 꺾이게 된 것은 올해 1월부터 업무용차에 대한 과세 기준이 한층 강화되면서 사업자들이 고가의 업무용차 구입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 업무용차 관련 세법이 개정되면서 업무용차 구입비용에 대해 지난해까지는 5년 동안 매년 차 가격의 20%씩 경비처리를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업무용 사용 비율 100% 입증에 한해 연간 800만원 한도로만 경비를 인정받을 수 있다.
만일 2억원이 나가는 차를 지난해 업무용 차로 등록했다면 구입비용 연간 4000만원을 경비 처리할 수 있었으나 올해 1월 이후 등록한 사업자는 최대 800만원밖에 경비처리를 인정받지 못해 절세 효과가 대폭 축소된 것이다. 나아가 구입비용 말고도 각종 운영비까지 업무용으로 썼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세금 혜택은 더 줄어든다.
이렇다 보니 세금 문제를 꼼꼼히 따지는 사업자들은 '과시욕'에 고가 업무용차를 탈 수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승승장구하던 고가 수입 법인차 판매 상승세가 꺾이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앞으로 고가 수입차에 대한 판매 거품이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1억원을 넘는 수입 법인차뿐 아니라 1억원 미만의 수입 법인차 판매 또한 감소한다는 사실은 업무용차 과세 기준 강화가 사업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방증한다"며 "수입차 대비 가격이 합리적인 국산차의 경우는 업무용차 과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