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블록버스터 약물' 도입한 제약사 "올 상반기 매출액 ↑, 영업이익 ↓"


국내 제약사가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다국적 제약사의 '블록버스터 약물'을 두고 '제 살 깍아먹기'식 경쟁을 하고 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국내 제약사들은 다국적 제약사와 블록버스터 약물의 공동판매 및 마케팅 협약을 맺고 있지만 단순 매출 증대 효과만 있을 뿐이다. 장기적 측면에서는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뿐만 아니라 외국회사 주머니만 채워주는 꼴이라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다국적 제약사 A의 1000원짜리 의약품을 국내 제약사가 공동 판매하기로 한 경우 B사가 개당 판매 수수료를 100원 제시하고 C와 D는 이보다 낮은 50원, 30원을 제시하는 식으로 수수료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 한 개를 개발하는데 평균 1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된다. 국내 제약사 홀로 신약개발을 이끌어 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블록버스터 약물 공동판매는 안정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장해주는 좋은 사업수단이 될 수 있다. 

국내 톱 10 제약사 중 다국적 제약기업의 제품을 공동으로 판매하지 않는 곳은 전무하다.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장 제약사 81개 중 다국적 제약사 제품 공동 판매 매출 비중은 2014년 기준 약 26.9%로 2010년 20.2%보다 약 7% 늘었다. 

블록버스터 약물 공동판매권를 통해 매출은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수익률은 점차 악화되는 추세다. 

실제 종근당은 올해 상반기 자누비아, 아토젯, 바이토린 등 블록버스터 약물 공동판매권을 따내 매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종근당의 2016년 상반기 매출액은 4076억35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9% 증가했다. 종근당의 2015년 매출이 5825억원임을 감안했을 때 상반기에만 전년의 70% 가량의 매출을 달성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자누비아 등 신규 품목을 도입하면서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뒷걸음질쳤다. 종근당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88억3100만원으로 작년에 비해 7.9% 감소했다. 

종근당 측은 R&D투자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지만 제약업계 관계자는 "종근당이 다국적 제약사의 인기품목 공동판매권을 따내기 위해 낮은 수수료 조건을 받아드리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고 알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올해 상반기 종근당의 상반기 R&D 비용은 534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1.3배 늘었다.  

유한양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총 6047억22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8.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60억2100만원으로 작년 대비 4.9% 줄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등의 판매와 원료의약품 수출액이 증가함에 따라 매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R&D 비용이 작년 상반기에 300억인 반면 올해에는 약 390억원 소요됐고 도입 품목 마케팅 비용으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은 매출을 늘리는 몸집 키우기에만 급급해 안정적인 다국적 제약사와의 공동판매권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배만 채워주는 꼴이며 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연구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는 있지만 다국적 제약사 제품 판매를 통해 얻는 매출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어 의존도를 줄이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눈 앞의 이익만 보고 품목 도입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새로운 동력을 찾지 못하게 돼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