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요구 따랐을 뿐 범행 기획·주도한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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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RB코리아)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의 증거은폐 의혹에 대해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변호사로서 의뢰인 요구를 따랐을 뿐 범행을 기획·주도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 증거인멸·위조·은닉과정에서 김앤장의 역할을 수사했지만 처벌로 이어질 만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앤장은 2011년 서울대 수의대 조모(57·구속기소) 교수팀이 수행한 가습기 살균제 독성실험에서 인체유해 가능성을 확인하고도 이를 숨기도록 옥시 측에 법률자문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조 교수는 옥시에서 뒷돈을 받고 유리한 실험보고서를 써 준 혐의로 지난 5월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앤장은 당시 조 교수팀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실험전반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었다. 실제 조 교수팀이 옥시 측에 중간실험 결과와 최종 결과를 보고할 때 김앤장 변호사가 함께였다는 단서도 나왔다.

    또 2013
    년 피해자들의 집단 민사소송과 경찰 수사 등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때는 김앤장이 독성실험 관련 원데이터를 모두 가져가 검토하고 추가실험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앤장의 증거은폐로 볼 만한 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지만 형사적 처벌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살균제의 화학적 메커니즘을 잘 아는 옥시 측이 모든 결정을 주도했고 김앤장은 의뢰인인 옥시측 요구에 따라 실무적 역할만 했다는 얘기다.

    이로써 김앤장이 형사책임에서는 잠시 벗어난 듯 보이지만 실정법 및 변호사 윤리위반에 대한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법 제242항은 변호사가 그 직무를 수행할 때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진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으며, 변호사 윤리 장전 14조에는 의뢰인의 범죄 또는 위법행위에 협조해서는 안 되며 직무수행 중 의뢰인의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즉시 협조를 중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상식적 시각에서 돈을 받고 유리한 보고서를 써 준 서울대 교수와 의뢰인에 입맛에 맞는 유리한 자료를 사법기관에 제출하고 수임료를 받는 김앤장의 행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