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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대우증권맨'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사장이 임무를 완수하고 회사를 떠난다.
지난해 회사 매각공고와 함께 본인의 임무라 여겼던 매각작업과 미래에셋증권과의 통합작업을 끝까지 마무리한 이후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결정이다.
이번 퇴임이 새출발을 준비하는 회사를 위한 결정이었다. 오히려 홍 사장은 자신의 결정을 왜곡해 해석하는 목소리에 우려를 나타내며 끝까지 회사에 대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 사장은 새출발하는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11월 4일 미래에셋대우 사장에서 물러난다.
업계는 홍 사장의 결정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이 통합 과정을 밟고 있고, 통합 이후에도 홍 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에셋대우 직원들의 신뢰가 두터웠던 만큼 피인수자인 미래에셋대우 출신 임직원들을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회사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반면 홍 사장의 용퇴의지는 확고했다.
홍 사장은 회사가 매각작업에 돌입할 당시 부터 자신의 역할을 그렸고, 이를 실행해왔다. 회사를 떠날 시기 역시 자신이 그린 계획의 일환이었고, 이번 퇴진 역시 '타이밍'에 맞춰 실행했다는 것이 홍 사장 측근의 설명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홍 사장은 자신의 퇴임발표와 그 시점을 모든 사람들이 이해해 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외부에서는 이해를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홍 사장에게 끝까지 같이 갈 것을 오랜시간 제의해왔고, 사의를 발표한 당일 아침까지도 반려하며 적극 말렸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자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까지 업무를 수행한 뒤 사임결정을 발표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통합회사의 등기이사 등에 대한 인사와 합병을 위한 임시주총일이 11월 4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임을 생각해왔던 홍 사장 입장에서는 14일 이전에 자신의 의사를 발표한 것이 시기적으로 맞다"며 "등기이사 선임 전에 마무리하고 사의를 표명하려고 한 것으로 자신이 계획한 선에서 끝까지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홍 사장이 자주 해왔던 "미래에셋과의 통합추진 과정에서 공채출신인 내가 할일은 하겠다", "미래는 스스로 결정하겠다"라는 언급이 회자되고 있다. -
홍 사장은 지난 2014년 당시 KDB대우증권 사장에 취임했다. 대우증권 공채 출신으로는 첫 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며 최근 미래에셋대우 대표 자격으로 30년 근속상을 스스로에게 주기도 했다.
회사를 인수한 박현주 회장의 신뢰도 두터웠다.
특히 인수자와 피인수자에 대한 시선을 경계하면서 박 회장은 홍 사장을 비롯한 미래에셋대우를 더욱 포용하는 모습 보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반면 통합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자신이 자리를 비워야 후배들이 올라갈 수 있다는 완고한 의지에 따라 내달 30년간 몸담은 미래에셋대우를 떠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홍 사장은 더 일할 수 있었지만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 것"이라면서도 "그를 믿고 따랐던 임직원, 후배들이 오히려 홍 사장이 떠난 것을 불안해 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사장은 자신의 사임과정과 발표시기가 적절하다고 생각했고, 모두가 이해해 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지만 박현주 회장을 비롯한 주변에서는 아직 준비가 안됐던 모습"이라며 "그만큼 홍 사장이 쌓아온 결과물이 컸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