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재고 평가이익 및 석유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 증가 예상산유국 감산 합이 가능성 저하로 정유사 실적에 영향 적다는 분석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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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crude oil) 가치 상승과 더불어 휘발유(gasoline)·경유(diesel) 가격이 올라 정유사들의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들이 감산 논의를 시작하면서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오르기 시작한 국제유가의 영향으로 정유사들은 재고 평가 이익과 석유제품 판매 수익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OPEC)가 지난달 생산량 감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상승하고 있는 유가의 영향으로 정유사들이 미리 사둔 원유 재고에 대한 평가 이익 발생, 휘발유·경유 가격 오름세로 매출 상승 효과를 보고 있다.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낮은 원유 가치로 수익 감소를 경험했다. 석유화학제품과 윤활기유 등의 수송용 연료 외 제품에서 영업이익을 실현했지만 지난달 OPEC의 감산 논의 영향으로 오르기 시작한 원유 가격에 힘입어 재고 평가 이익과 석유제품 가격 상승 등으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 시장에서 기준 가격이 되는 3대 유종인 WTI(West Texas Intermediate)와 Brent, Dubai 원유가 지난달 28일 OPEC의 감산 합의 소식이 나온 이후 꾸준히 올랐다.
OPEC의 감산 합의 소식이 나오기 전인 9월의 WTI 원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45.23달러였는데 감산 합의 소식이 나온 후인 10월에는 평균 50.2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올해 평균인 42.17달러에 비하면 8달러 이상 상승한 수치고 전월 대비 5달러 오른 가격이다.Brent 원유 역시 9월 47.24달러에서 10월 51.90달러의 평균 가격을 형성하고 있고 Dubai 원유도 43.33달러였던 9월 평균 가격이 10월에는 49.18달러까지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WTI부터 Brent, Dubai 원유 모두 한 달만에 평균 배럴당 5달러 가까이 가치가 오르고 있다.전국 1만 2000개 이상의 주유소에서 판매하고 있는 휘발유, 경유 가격 역시 OPEC 감산 합의 소식을 전후로 가격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1개월 동안 국내 휘발유 가격은 1412원에서 1433원까지 상승했고 경유 가격은 1205원에서 1227원까지 올랐다.
일각에서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매출액 증가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원유 가격 배럴당 50달러 정도가 한계일 것이라고 분석하며 국내 휘발유, 경유 가격 역시 지금 수준에서 크게 더 오르기는 힘들다고 분석한다.
또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 이익은 어디까지나 회계상 잡히는 이익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고 세금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제품에서 정유사가 얻는 이익의 폭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산유국의 감산 합의 소식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실제 감산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며 원유 가격 상승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또 이 관계자는 "현재 원유 가격 이상으로 오르기는 힘들다면 유가와 연동되는 휘발유, 경유 가격 상승폭도 지금 수준을 유지할 수 밖에 없어 정유사의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순간마다 OPEC은 감산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실제 생산량 감축이 일어난 적은 없다는 사실이 산유국 감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실제로 감산 합의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최근에는 나오고 있다.
최대 원유 수입국이던 미국이 자국 천연가스와 원유를 개발하는 기술을 개발해 수입량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판로를 잃은 산유국의 원유가 시장에 남으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유국들이 극적으로 감산 합의에 동의한다고 해도 실제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가격 하락은 막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