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등기이사 선임 무난, 오너 책임경영 강화"갤노트7 수습 및 엘리엇 사태 앞장…조직문화 변화 예상"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7일 등기이사로 선임된다. ⓒ뉴데일리 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7일 등기이사로 선임된다. ⓒ뉴데일리 DB


    이재용 부회장이 갤럭시노트7 사태로 위기에 빠진 삼성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삼성의 인적분할, 지배구조 변화, 사업방향 재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는 27일 임시주총을 거쳐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다. 이건희 회장이 특검 수사로 2008년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8년 만에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를 맡게되는 셈이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25년간 삼성에 몸 담으며 다양한 경영 철학을 경험했다. 3세 경영이라는 우려와 걱정에도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가 순조로운 것은 그가 보여준 실용주의적 경영철학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인적분할 및 삼성SDS 합병 전망…엘리엇 사태 숙제로 남아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삼성전자와 그룹에 대한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생명 및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삼성SDS의 합병 등이 점쳐진다.

    현재 삼성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의 지분 정리에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의 7.55%를 갖고 있으며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다.

    유력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삼성생명이 제조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고 카드, 증권을 포함한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내용이다.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오너 일가가 흡수하게 되면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변신과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 삼성물산 지분을 삼성전자 지분 흡수에 활용할 수 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제안한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룹 지배구조에는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엘리엇이 제안한 지배구조 개편을 명분으로 내세워 경영권 승계 등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엘리엇이 제안한 30조원 특별배당, 미국 나스닥 상장, 독립 사외이사 3인 추가 요구는 이 부회장이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50%를 넘어서는 외국인 지분 관리도 관건이다. 외국인 지분 상당수가 엘리엇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어 향후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신성장사업 등 사업방향 전환…'바이오-전장-S/W' 집중 육성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으로 삼성전자가 주도할 신성장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과거 이건희 회장이 이끈 5대 신수종사업(태양전지, 자동차용 2차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되면서 이 부회장이 사업 방향을 재정립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은 2014년 태양전지와 LED 사업을 사실상 철수하면서 사업 방향 전환해왔다. 지난해 발표한 전자, 금융, 바이오 3대 축은 사업재편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선정하고 진두지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바이오사업이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만큼 사업 성공여부가 이 부회장의 리더십 확보에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16.5% 보유하고 있어 바이오사업의 승패가 이 부회장의 향후 경영활동에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사업과 함께 제조업 체질 개선, 전장사업 육성도 이 부회장의 책임경영 강화에 중요한 요소다. 이 부회장은 제조업 위주였던 IT 분야가 솔루션, 플랫폼, 서비스사업으로 변해가는 환경에 맞춰 AR, AI, 클라우드 분야의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왔다. 특히 자체 운영체제인 타이젠 개발에 집중하며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전장사업 역시 지난해 말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이후 자율주행차량용 반도체 개발, 자동차용 LED 신규 라인업 출시, 세계 1위 중국 전기차 업체 BYD 지분투자,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부품 M&A 추진 등을 연이어 진행하며 그룹의 핵심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해당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하는 상황이다.

    ◆'갤노트7-프린팅사업부' 수습상황 관심…인사제도 등 조직문화 변화

    이 부회장이 27일 등기이사로 무난히 선임될 것으로 전망되며 갤럭시노트7 단종,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매각과 같은 단기과제 수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주총에서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될 프린팅사업부 분할건은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지만 사업부 직원들의 반발이 심해 진행상황은 더딘 상태다. 특히 주총 당일 사업부 직원들의 시위가 예상되며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고용보장과 위로금을 제공한다는 방침이지만 입장차이가 심해 진통이 예상된다.

    배터리 발화사고로 조기 단종된 갤노트7 사태 수습도 이 부회장의 당면과제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7조원을 투입해 소비자와 협력사에 대한 보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브랜드 가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전면에 나서 갤노트7 사태에 대한 향후 대책을 설명할 것으로 보이지만 오너 일가인 이 부회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한편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따른 조직문화 변화도 관심을 끌고 있다. 사장단 인사에서부터 인사제도 혁신까지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직원간 호칭을 바꾸는 새로운 인사제도가 본격 시행되며 조직문화에서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사회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실적반등, 사업재편 등을 원만히 이끌며 경영자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보여줬다"며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 기업문화 혁신 등이 지속 추진돼야 하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