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셀프주유소와 가격 차이 없어""정부, 시장 개입 대표적 실패 사례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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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주유소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 인하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가 운영하는 주유소와 알뜰주유소의 가격 차이가 ℓ당 30~40원 정도로 2011년 정부가 목표했던 100원 저렴한 주유소 탄생은 정책이 시행된지 5년이 지났는데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알뜰주유소에 제공됐던 세제 혜택 마저 지난해 종료돼 30~40원의 차액도 조만간 사라질 위기다.
이명박 정부의 포퓰리즘(populism)적 사고가 만들어낸 알뜰주유소는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결국 정부의 시장 개입 실패 사례로 남게됐다.
2011년 당시는 석유제품의 원료인 원유(crude-oil)의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있던 고유가 시기였고 국내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을 생산해 유통하고 있는 다섯 회사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과점 형태가 ℓ당 2000원이 훌쩍 넘는 기름값의 원인으로 떠올랐다.
정부 역시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등 5개사의 과점이 석유제품 가격을 묘하게 만든다고 공식적으로 표현했고 5개사 외에 새로운 유통 사업자를 시장에 참여시켜 경쟁을 유발해야 한다고 알뜰주유소 정책을 들고 나왔다.
석유제품 생산 및 유통 시장에 참가할 자발적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정부는 일부 공기업을 끌어들이는 궁여지책으로 알뜰주유소 정책을 시작했고 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면서 가격 인하를 유도했다. 휘발유에 ℓ당 900원, 경유에 ℓ당 700원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정부는 알뜰주유소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면서 국내 정유업체들이 운영하는 주유소 보다 ℓ당 100원 이상 저렴하게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자유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킨다는 보수 정권에서는 나와서는 안될 알뜰주유소라는 정책은 가짜 경쟁으로 국민을 속이고 치열하게 영업하는 국내 정유업계를 가격 담합이라는 부정한 프레임(frame)에 넣어 괴롭혔다.
원유는 국제시장에서 투명한 가격에 의해 거래된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시장 가격은 국제 시장 가격과 연동돼 있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는 국제시장에서 ℓ당 430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가격은 ℓ당 70원 정도 비싼 500원대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은 휘발유가 ℓ당 1400원, 경유가 ℓ당 1200원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은 세금에 있는 것이지 석유제품 가격에 있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10년을 주기로 오르고 내림을 반복해 왔다"면서 "또 다시 고유가 시대가 도래할 경우 정부는 반드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알뜰주유소 수준의 정책이 아닌 진실과 마주하는 세금 인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