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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출 11년만에 가맹 1호점을 낸 파리바게뜨의 뚝심이 빛을 발하고 있다. 10년 이상 공 들인 철저한 고객·지역 맞춤형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10일 SPC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거대한 면적과 다양한 인구 구성을 갖춘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철저한 시장조사와 현지 트렌드 분석을 거쳐 고객·지역 맞춤형 전략을 짰다.
그 결과 지난 5월 미국 시장 진출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가맹 1호점을 새너제이에 열고 치열한 미국 베이커리 시장에서 본격적인 가맹사업에 나섰다. 미국 내 매출도 지난 2011년 735억원에서 지난해 1383억원으로 4년새 2배 가까이 늘었다.
파리바게뜨는 먼저 까다로운 미국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데 주력했다.
단순히 제품 개수를 늘리기보다 많은 종류의 제품이 기본 이상의 맛과 디자인을 갖추는데 집중했다. 각 제품 유형별로 전문 연구원을 배치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어떤 제품이라도 반응이 좋으면 언제든 주력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품질 수준을 끌어 올렸다. -
한국에서는 카페형 베이커리가 흔하지만 미국 고객들에게 편안한 좌석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직접 쟁반과 집게를 들고 직접 제품을 담는 '셀프서비스 시스템'은 차별화 요소로 작용했다.
현지 고객들은 메뉴판을 보고 메뉴를 고르거나 카운터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미국식 서비스에 비해 파리바게뜨의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 시스템'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커피 메뉴를 차별화하기 위해 파리바게뜨 커피 브랜드 '카페 아다지오'를 도입해 커피전문점 수준의 음료를 제공한 것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간대별로 진열 제품을 변경하고 제품 수를 유동적으로 변경한 전략도 적중했다.
미국에서는 오전에 식사 대용으로 즐기는 샌드위치나 크루아상, 크로크무슈 등이 인기가 많고 점심시간에는 샌드위치, 수프, 브런치 세트, 저녁에는 식빵, 케이크의 판매량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시간대별로 제품 진열을 달리 하고 제품 가지수를 조절한 것. -
파리바게뜨 측은 "현지 경쟁 베이커리 브랜드인 '오봉팽'은 페이스트리와 샌드위치가 주력이기 때문에 아침과 점심시간 이후에는 매장에 고객이 거의 없는데 파리바게뜨는 이른 아침이나 밤 늦은 시간에도 고객들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상대적으로 저가 베이커리인 파네라브레드부터 고가 정책을 고수하는 메종카이저 등에 비해 파리바게뜨는 가격대비 원재료 수준과 디자인에서도 모두 경쟁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만큼 파리바게뜨는 미국의 지리적 조건과 인종, 문화 등 소비자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젊은 층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는 SNS를 적극 활용한 홍보·마케팅을 펼치고 아시아계 주민이 다수 거주하는 상권에는 단팥빵, 소보로빵, 크림빵이나 선물류, 버블티와 같은 단과자류를 강화하는 등 상권에 맞는 고객 특성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 파리바게뜨 주요 고객층은 20~50대 여성 고객이나 부부단위 고객이며 최근에는 Z세대 고객 비중도 늘고 있는 추세다.
Z세대란 1995년부터 2009년 사이 출생자들을 뜻하는 말로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새로운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는 Z세대를 잡기 위해 '기프트 카드' 등 모바일과 온라인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
린다 리베라 파리바게뜨 미주사업부 마케팅홍보 담당자는 "미국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모두 고려해야한다"면서 "거대한 면적으로 지역별 날씨와 인구 구성이 다른만큼 미국에서 신제품을 론칭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신규 온라인 주문 서비스를 전 매장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복잡한 주문 시스템을 이해하고 동료와 가맹점 대표에게 설명하는 업무가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미국 전역에 있는 파리바게뜨 미주사업부의 거의 모든 부서와 협업이 필요한 업무였기 때문에 어려웠던 만큼 보람이 컸고 앞으로도 진화된 기술로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파리바게뜨는 합리적인 가격, 넓은 제품 선택의 폭, 신선한 제품, 예쁜 디자인 베이커리 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브랜드를 포지셔닝하고 오는 2020년까지 미국 내 350개의 가맹점을 연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서부와 동부 지역에 한정돼 있는 진출 지역을 미 전역으로 확대해 워싱턴 D.C. 버지니아, 메릴랜드, 일리노이, 텍사스 등에 새롭게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파리바게뜨는 2002년 9월 현지법인 'PB USA'를 설립하고 2005년 미국 교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에 미국 1호점을 냈다.
이후 '캘리포니아의 8학군'으로 불리는 부에나파크, 어바인은 물론 실리콘 밸리 핵심 상권에 잇따라 진출했으며 2013년부터는 뉴욕 맨해튼 주류 상권에만 7개의 매장을 열며 까다로운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현재 미국 서부와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10월을 기준으로 4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