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銀 금융지주 인수합병 성공 후 몸짓↑행원 부족, 책임자만 가득한 인력도 문제
-
외국계 은행들의 순이익이 지방은행에 못 미치는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다.
한 때 국내 은행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거리에선 이제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간판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그 빈자리를 부산, 경남, 대구,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들이 채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4년 지방은행들 간의 인수합병으로 몸집 불리기에 성공하면서 이 같은 역전 현상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외국계銀, 전년 대비 성장…지방銀 보다 낮은 실적
16일 업계에 따르면 외국계은행 가운데 올해 누적 당기순이익은 SC은행이 씨티은행을 앞서 나갔다.
SC은행은 올 9월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2051억원을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89.3% 대폭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6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반면 씨티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40.7% 소폭 감소한 누적 순이익 1576억원을 나타내면서 지난해보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러한 실적도 지방은행과 비교하면 높지 않다.
지방은행 중 가장 덩치가 큰 부산은행은 올해 누적 당기순이익 2759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6.5% 줄어들었음에도 외국계은행 보다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현재 외국계은행은 지속적인 자산 감소로 인해 시장지위가 낮아지고 있지만 지방은행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기반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차별화 전략에도 영업망 부족으로 효과 '미흡'
최근 외국계은행은 기존의 영업방식으론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PB센터를 강화하고 고액 자산가는 물론 WM에 관심이 많은 중산층까지 공략하고 있다.
특히 SC은행은 전국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에 뱅크샵 11개, 뱅크데스크 58개를 설치해 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이종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개인고객 확대 전략도 펼치고 있다.
지방은행 역시 소형점포를 지속적으로 늘려 수도권 상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방은행은 연고 지역에 우선순위를 두되 전국적으로 영업망 넓히기에 주력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방은행과 외국계은행 모두 개인고객 확보를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그러나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지방은행은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 범위를 넓혀가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고객 기반이 취약한 외국계은행의 상황은 다르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지방은행의 지점 수는 33.7% 증가했지만 적극적인 비용 통제에 나선 외국계은행의 영업점은 32.3%나 감소했다.
외국계은행들이 자꾸 몸집을 줄이고 있어 국내 시장을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행원 보다 책임자 수 多…외국계銀 인사적체 심화
일반 직원 중 행원보다 책임자급 직원이 절반 이상 돼 지점 일손이 부족한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SC은행의 일반직원 수는 올해 6월말 기준 343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책임자급은 2083명, 행원 수는 1349명에 불과하다.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책임자수는 761명 감소했지만 행원 수는 9명만 늘었다.
씨티은행은 상황이 더욱 안 좋다.2016년 6월 기준 책임자급은 2181명으로 2년 새 82명 늘었다. 하지만 행원 수는 2014년 787명에서 2016년 695명으로 새로운 인재 영입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반면 지방은행들은 책임자 수보다 행원 수가 많아 상대적으로 조직 연령이 젊은 편이다.대표적으로 부산은행 상황을 살펴보면 책임자 수는 1281명인데 반해 행원 수는 1756명으로 안정적인 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를 띄고 있다.
신입 채용도 적극적이다. 2년 사이 행원 수는 105명 늘어 청년들의 취업난 해소에도 일조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외국계은행은 시장점유율 하락과 주요 실적 부분도 떨어지는 등 자체적인 경쟁 지위와 재무지표가 저하되고 있다"며 "영업망과 비은행 사업라인 변화를 감안할 때 외국계은행과 지방은행 간 실적 차별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