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감사의견 거절에 건설업 신뢰도 하락 우려내년 건설경기 부정적 전망 확산…차환발행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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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뉴데일리경제 DB

    내년도 주요 건설사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가 2조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경기 호조로 반짝 흥행에 성공, 차환발행 여건이 나아지는 듯 했으나 대우건설의 감사의견 거절로 건설 회사채에 대한 불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가뜩이나 내년 건설업 전망이 어두운 터라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30개 건설기업의 내년도 만기도래 회사채 물량은 모두 2조3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조2500억원에 비해 9.7%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현대건설(3000억원)·대우건설(2500억원) 등 대형건설사들이 전체 73.8%인 1조5000억원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화건설(2100억원)·두산건설(2000억원) 등 중견건설사 물량은 5300억원가량이다. 시기별로는 하반기에 1조3300억원(65.5%)이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자금조달 방안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큰 악재는 대우건설발 신인도 하락이다. 

    지난 15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대우건설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대상에 일제히 등재시켰다. 이미 해외공사 손실이 지속되고 있고, 미청구공사 규모(3분기 기준 2조3억원, 전년대비 +22.2%)도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부감사인이 의견거절을 하면서 향후 원가조정에 의한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졌다. 이 여파로 다른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마찬가지로 업종 전체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건설 회사채 시장에 활기가 돌았었다. 차환발행이 쉽지 않아 현금으로 만기 회사채를 상환해 오던 건설 회사채 시장이 주택경기 호조로 생기를 얻은 것이다. 

    실제 이 기간 삼성물산(AA+)은 3000억원 모집에 4700억원의 유효수요를 확보했고, 현대건설(AA-)과 대림산업(A+), 현대산업개발(A)은 각각 1000억원 모집에 1900억원, 3740억원, 3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500억원을 모집한 SK건설(A-)도 850억원의 기관수요가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감사의견 제시를 거절당하면서 건설업종 전반의 재무신뢰도 하락과 평판 저하가 발목을 잡았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대우건설 이슈로 건설사의 실적에 대한 불신이 다시 높아질 수 있어 하반기에 보인 우호적인 발행 분위기는 당분간은 찾아보기 힘들 수 있다"며 "어쩌면 내년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 우려와 기업 구조조정 등 외부리스크가 적지 않은 가운데 해외사업에 대한 불안감, 내년 이후 국내 주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SOC시장 규모 축소 등 내부리스크 역시 더해져 투자심리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2014~2016년 공급된 신규분양 물량에 대한 입주 리스크 및 해외 플랜트 사업 부실 등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차환발행에 실패할 경우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3분기 기준 10대 건설사의 유동비율은 지난해에 비해 2.0%p 줄어든 138.4%인 것으로 분석됐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 또는 신용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신용분석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비율이 높을수록 그만큼 기업의 재무유동성이 크며 일반적으로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특히 중견·중소 건설기업 입장에서는 차환발행이 보다 어렵다. 실제로 대형사들의 회사채 발행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던 지난 7월 한양의 모회사인 보성(BBB)이 회사채 발행에 실패한 이후 단 한 곳의 중견사도 회사채 발행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BBB 등급의 일부 건설사가 회사채 발행을 준비했으나 시장의 관심이 낮다고 판단, 결국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회사채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신용등급 BBB 이하 업체는 차환발행이 어려워 자체자금을 마련해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회사채를 갚지 못해 부도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할 우려가 있고 이에 따라 자금난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 경기 호조로 '반짝' 호황을 누렸던 건설 회사채가 글로벌 경기침체와 건설업 안팎의 이슈로 다시 침체되는 분위기다. 그나마 최근 몇년간 시장이 좋지 않아 회사채 발행이 적었던 것이 다행일 정도"라며 "아직 상환 기간이 남아있지만 일부 그룹사 정도만 차환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건설기업별로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