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도 갈등… "상인 피해 대책 우선" vs "피해보상 자체가 불법"
  • ▲ 쇼핑을 위해 지하상가를 찾은 시민 (자료사진) ⓒ 연합뉴스
    ▲ 쇼핑을 위해 지하상가를 찾은 시민 (자료사진) ⓒ 연합뉴스



    인천시 지하상가의 불법 전대(재임대) 금지 방안을 담은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부결됐다.

    지난 15일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상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지하도 상가 관리 운영조례 개정 조례안'을 부결했다고 밝혔다.

    당장 조례안이 시행될 시 현재 점포에 들어와 있는 상인 계약문제, 권리금 보상 문제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부평, 주안 등 인천시 지하상가는 '시 지하도 상가 관리·운영조례'에 따라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임대가 가능하다. 행정자치부는 시 조례가 상위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어긋난다며 2007년부터 시정을 요청해왔다. 공유재산 관리법은 위탁관리자로부터 점포를 임대받은 자는 재임대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인천시 시설관리공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시내 15개 지하상가 점포 3667곳 중 80%에 달하는 2947곳이 재임대 점포다. 일부 상인들은 시 공유재산을 저렴한 가격에 임대받아 재임대하는 수법으로 폭리를 취해온 임차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부평 지하상가 상인 A씨는 "불경기에는 임대료 인상이 가장 걱정된다"면서 "재임대로 입주한 상인들 사이에서는 임차인이 임대료를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B씨는 "조례 제정을 통해 투명한 관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면서 "점포 운영을 위해 재임대를 받은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임대료, 인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조례안을 다루는 시의회 내에서도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상위법에 맞춰 조례를 개정해야한다는 의견과 상인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의견 간의 충돌이다.

    조례 소관부서 소속 최석정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은 "상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태 조사 등을 바탕으로 한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며 "단번에 조례를 통과시키는 것 보다 소급적용을 하는 등 시 집행부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례안에 찬성하는 한 시의원은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례 제정은 미뤘지만 많은 의원이 필요성을 동감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상가 운영 법인 측에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권리금의 경우 관련법에 따르면 모두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인천시 조례도 전대를 무조건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관리 법인에서 전대 적합 여부를 사전 검토하게 돼 있지만 인천시 시설관리공단의 방치로 무분별한 전대가 이뤄진 것"이라며 "재임대로 입주한 상인들의 경우 현 조례의 허술함을 지적해 개정을 찬성하는 쪽도 많다"고 덧붙였다.

    시의회는 올 상반기 조례 심사 과정에서 시설관리공단 측에 조례 제정 시 예상되는 피해와 현 임대료 규모 등의 자료를 요청했지만 제출을 거부당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이한구 의원은 "상인연합회, 관리공단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재임대는 상인 개인 간 거래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자료제출 의무가 없다고 답했다"면서 "당사자들 차원에서 조례 개정 자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조례안 개정의 필요성은 동감하고 있지만 입주상인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현실적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상가별로 남아있는 임대 기간 동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가 운영 법인 측은 고문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피해 최소화 방안, 이를 반영한 수정 조례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시 집행부는 다음 달 초까지 새로운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