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국토부 위에 나는 집주인? 다운계약서 줄자 집값에 세금 떠 얹기

정부가 다운계약서 집중단속에 나서면서 매도자가 집값에 양도소득세를 얹어 호가를 책정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청약시장 불법행위 상시 점검팀은 11·3부동산대책 조정대상지역 일부와 청약과열이 예상되는 분양현장 중심으로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불법거래 단속효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월 롯데건설이 서울 용산구에 분양한 '용산 롯데캐슬 센터포레'는 당시 1순위 청약 결과 비강남권 최고 경쟁률 156대 1을 기록했다.

그러나 높은 인기와 달리 사업지 인근 중개사무소에선 다운계약서와 분양권 불법전매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효창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효창동에선 다운계약서는 물론 분양권 불법거래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인근 개업공인중개사들이 불법거래를 하지 말자는 의견을 공유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다운계약서 작성 이유는 시세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서다. 분양권은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이면 50%, 1년 이상 2년 미만이면 40%에 달하는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매도자가 1억원 웃돈을 받고 거래해도 손에 쥐는 것은 5000만원 수준이다. 웃돈 절반 가까운 가격을 세금으로 내야해 다운계약서 작성은 투자자 입장에선 필수로 여겨진다. 분양권 거래가 활발히 진행된 것도 다운계약서 작성이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그러나 정부 단속으로 다운계약서 작성이 어려워지면서 일부지역 집주인들은 양도소득세를 웃돈에 얹어 호가를 책정하고 있다. 자신이 부담해야할 세금을 매도자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실수요자 입장에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요소"라면서도 "매수세가 있는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용 84㎡ 분양권 실거래가는 10억2717만원을 기록했다. 현재 매도 호가는 9억∼10억원선. 경희궁 자이는 서울 도심 입지라는 특성이 반영돼 분양가 대비 웃돈은 최대 2억원 가량 형성돼 있다. 다만 다운계약서 작성은 사실상 어려운 분위기다.

교남동 B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단속이 심해지면서 집주인들이 요구하는 다운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결국 집주인들이 호가를 1000만∼2000만원씩 높이면서 현재 웃돈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과도한 웃돈과 호가를 높이는 추세가 맞물리면서 분양권 매수세는 주춤한 상태다. 내년 부동산 시장에 대한 먹구름 전망과 높은 분양권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매수희망자들이 조금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러란 현상을 두고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침체가 나타나면서 일부 확실한 지역에만 돈이 몰리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는 의견이다. 이는 양극화 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풀이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뭉칫돈이 일부지역에 몰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최근 상당수 지역에 분양권 매도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도 "분양시장 호황이 지나면 다시 주춤해질 수 있는 모습"이라고 예상했다.